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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창의력은 어떤 변화를 보일까?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통제상황에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사람을 물었을 때, 그들은 예술적이거나 창의적인 사람들보다는 전통적이거나 평범한 사람들을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사람들은 전염병 위험이 도사릴 때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상대적으로 덜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겼다.

특히 고립이나 격리되는 상황에서는 지적 발달이 늦어지고, 뇌 발달이 저해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립이 인간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내기 위해 남극 대륙에서 격리되어 있는 9명의 연구원들의 뇌 변화를 관찰했는데, 뇌 해마의 용량이 평균 7퍼센트나 감소했다. 해마는 공간적 사고와 기억의 통합을 담당하는 곳이라 고립된 상황이 기억력과 사고력을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바이러스에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고립된 상황이 사람들의 창의성을 방해하고 순응적으로 변하게 만들어 일상에서 벗어나는 변화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도덕적 판단은 더 가혹해지고 사회적 태도 역시 더 보수적으로 변한다.
[정인호 칼럼] 코로나19와 창의성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팬데믹 삶을 사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팬데믹에서 살아남은 모든 사람이 더 강해진다는 말이 아니다.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불구하고 근원적 활동력과 창조성을 긍정할 때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디오니소스적(dionysian)’ 정신을 강조한다.

전염병으로 인한 봉쇄 속에서도 과학과 문학, 예술 분야 등에서 성과를 이뤄낸 역사적 에피소드는 적지 않다. 러시아 근대 문학의 기초를 닦은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1830년 니즈니보브고로드에서 콜레라가 유행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검역소에서 보낸 3개월간 걸작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완성했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근대이론 과학의 선구자인 아이작 뉴턴은 페스트 발발 이후인 1665년 영국 동구 링컨셔에 있는 본가에서 1년간 머문 후 다음 해에 중력을 지닌 물체들 사이의 거리가 두 배로 되면 중력의 끌어당김은 4분의 1이 된다는 ‘중력의 역제곱 법칙(inverse square law of gravitation)’의 토대를 마련했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93년 페스트로 인해 극장들이 폐쇄되면서 시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비너스와 아도니스》라는 대중적인 설화시를 출간했다. 또한 셰익스피어는 같은 상황에서도 1606년에 《리어왕》, 《맥베스》, 《앤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불과 1년 만에 출간했다.

영역은 다르지만 현대판 셰익스피어가 있다.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화두가 되면서 한국에서 먼저 도입, 전 세계에 알려지며 이목을 끈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다. 인천의료원 김지용 과장이 개발한 드라이브 스루는 의료진의 감염 위험성을 낮췄고, 검사자의 교차 감염의 가능성도 줄였다. 최대 1시간 이상 걸리던 1인당 검체 채취 시간을 10분가량으로 단축해 검사 시간도 6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이후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덴마크, 호주 등으로 전파됐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였다면 팬데믹 상황에서 창의성은 어머니, 아버지, 조부모를 합친 것이다. 창의성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 풍부하게 발휘될수록 인류 회복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역사와 현실은 증명하고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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