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맞았던 한 성탄절에 있었던 일이다. 고객과 친구, 지인들에게 성탄을 복되게 보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중에는 무슬림 친구와 지인들도 있었다.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명절이 되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명절을 축하해 주고 때로는 집을 방문하여 음식을 나누거나 이웃에 선물 꾸러미 등을 나누어 주기도 하는 전통이 있다. 무슬림이 아닌 필자도 이슬람 명절에 초대되어 명절 음식을 나누며 교제한 적이 많다.
그런데 그 해 성탄절 인사 후 받은 답장 중에는 껄끄러운 것도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성탄 인사 고마워. 하지만 난 무슬림이기 때문에 네가 기념하는 방식으로 성탄절을 기념하지는 않아. 이걸 꼭 얘기해야 할 것 같아. 즐거운 휴일 보내길 바래’.
얼핏 당황스럽고 무례하게까지 느껴질 수 있는 메시지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되돌려 주기 위해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도 했다.
올해 성탄절에도 한 무슬림 지인은 SNS에 성탄절을 보내는 상태 메시지를 적으면서 굳이 ‘종교적 절기’ 가 아닌 ‘휴일’ 로서의 성탄절을 기념한다는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이 지인은 몇 년전 성탄절에도 SNS에 이웃들이 선물꾸러미를 주었는데 이 꾸러미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이웃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고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선물들을 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한 장문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였다.
왜 무슬림들이 성탄 선물과 인사를 어떻게 되돌려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10년쯤 전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할 때 인도네시아 친구들이 해 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얼마 전부터 일부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이 성탄절에 기독교인 이웃과 친구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인사하고 성탄을 함께 기념하는 것이 율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 행위가 성탄절에 담긴 기독교 교리에 대한 동의로 해석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요즈음에는 SNS나 유투브를 통해 종교지도자들의 이런 발언이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한 대중설교자는 3년 전 쯤 무슬림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것이 살인보다 더 큰 죄일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의상도 많이 사라졌다. 2016년 인도네시아 최고 종교지도자 기구인 ‘인도네시아 울라마 회의(MUI, Majlis Ulama Indonesia)’는 무슬림이 성탄절 장식을 하거나 의상을 입는 것이 율법에 어긋난다는 해석(파트와)을 냈다. 도시에 따라서는 몰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비공식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들도 내려지고 있다. 2016년 MUI 발표 이후 자카르타에서도 몰 같은 곳에서 크리스마스 장식과 노래가 많이 사라졌다.
이와 같은 변화는 율법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지키는 무슬림이 많아지는 최근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다양성과 관용의 원칙을 밝힌 국시 ‘빤짜실라’를 우선시 하는 입장을 가진 이들은 이런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두렵기도 하다. 이번 성탄절에도 대통령이 나서 성탄절이 인도네시아의 다양성과 관용을 나타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이슬람 종교지도자 중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가 율법에 비추어 볼 때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밝히는 이도 많다. 이번 성탄절이 지난 후에도 무슬림들이 기독교인인 이웃들의 예배 안전을 지켜 준다던지, 종교가 다른 이웃들이 함께 성탄을 축하한다던지 하는 미담들도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자카르타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계 제과업체가 관계된 해프닝도 있었다. 이 업체의 한 점포에서 크리스마스 케잌에 ‘메리 크리스마스’ 같이 성탄절 관련 인사 문구를 새기는 것을 할랄 인증을 이유로 해 줄 수 없다는 공지를 내 건 것이다. (지난 10월 17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판매, 유통되는 모든 제품은 할랄 인증을 득해야 한다는 내용의 新할랄법이 시행 중이다.)
이 일이 화제가 되자 할랄 인증 업무를 수행해 왔던 ‘인도네시아 울라마 회의(MUI)’는 이 점포의 조치가 지나치다며 케잌에 성탄 인사를 새긴다고 하여 할랄이 아닌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 놓았다. 해당 제과회사도 논란이 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이 공지는 점포 매니저의 개인적 행위일 뿐 회사의 공식 방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하였다.
해당 점포의 대응이 지나쳐 보이기도 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외국계 회사들은 종교 관련 이슈에 대해 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회사는 몇 년 전 자사 제품이 할랄이 아니라는 가짜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외국계 회사라는 점 때문에 더 쉽게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新할랄법 시행과 사회 분위기에 맞춰 점포 차원에서 그 나름대로 대응을 했는데 반대로 인도네시아의 다양성과 관용이 축소되는 사례로 소개가 된 것이다.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가 보다 종교적이 되면서 지금까지 전혀 문제가 아니었던 일들이 갑자기 논란을 일으키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성탄절마다 반복되는 ‘메리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야말로 이러한 현상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인도네시아인들과 교류하며 살아가야 하는 외국인들도 싫든 좋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당연했던 것들을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불편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이마트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자회사 신세계푸드 주식을 공개매수한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서다.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 최대주주인 이마트는 1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신세계푸드 보통주 146만7319주(지분율 37.89%)를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4만8120원이다.직전 거래일인 지난 12일 신세계푸드 종가(주당 4만100원)보다 20% 높은 가격이다. 공개매수에는 706억원이 투입된다. 공개매수 응모율에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전부를 매수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다.이마트는 “공개매수를 통해 신세계푸드 유통주식 전량을 취득하려고 한다”며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뒤 상장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마트는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지분도 매입하기로 했다. 1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한 신세계푸드 주식 33만2910주를 매입한다. 이 거래가 완료되면 이마트의 신세계푸드 지분율은 55.47%로 높아진다. 이번 공개매수까지 모두 성공하면 이마트의 지분율은 93.36%로 올라간다.이마트가 추진하는 자회사의 사업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신세계푸드는 단체급식사업부를 아워홈 자회사인 고메드갤러리아에 1200억원에 매각했다. 이마트는 올해 초 지분 공개매수를 통한 신세계건설 상장폐지에도 나선 바 있다.최석철 기자
SK그룹이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같은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SK그룹이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다음달 초 울산 AI 데이터센터 지분 49%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받기로 하고 국내외 PEF를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을 하고 있다. 매각 측은 데이터센터의 전체 기업가치를 3조~4조원 수준으로 평가해 1조원 중반에서 2조원을 조달할 예정이다.SK AI 데이터센터는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내 축구장 11개 크기(3만6000㎡)의 부지에 짓고 있다. 지난 8월 첫 삽을 떴다. 2027년 1단계로 40㎿ 규모가 가동하고, 2029년 100㎿ 규모로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센터에는 약 6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투입될 계획으로, SK그룹은 향후 1기가와트(GW)급으로 키워 동북아시아 최대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도약한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그룹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을 이끄는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 AX 외에도 SK이노베이션·SK가스(에너지), SK에코플랜트(건설) 등 전 계열사를 총투입하는 그룹 최대 프로젝트로 꼽힌다.이 과정에서 사업 비용으로만 총 7조원이 들어가는 만큼 SK그룹 차원의 자체 조달 외에도 외부 자금 확보를 검토해왔다. 국내외 PEF들도 적극적으로 접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설립 계약식에 참여해 데이터센터가 에너지, 정보통신, 반도체에 이은 그룹의 네 번째 퀀텀 점프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SK그룹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을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SK그룹은 이번 지분 49% 매각 거래에 낙점
국내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이 3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가로막힌 사이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라서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7582억원(지난 11일 기준)이다. 지난달 말(40조837억원) 이후 약 열흘 만에 6745억원 늘었다.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후 최대 기록이다. 잔액은 마이너스통장에서 사용된 금액이다.6·27 부동산 대책, 10·15 부동산 대책 등 각종 규제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들자 ‘풍선 효과’로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주식과 금 등 투자 열기가 뜨거워져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빚투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지난 10월부터 급증하는 추세”라며 “6·27, 10·15 대책으로 새로 신용대출을 받긴 어렵지만 이미 개설해둔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하는 건 가능해 이를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주담대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5대 은행의 11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0조8646억원으로 지난달 말(611조2857억원)과 비교해 4211억원 줄었다. 연말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영향으로 아예 신규 주담대가 막혀 당분간 마이너스통장 이용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