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가 내린 30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중고차 단지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많은 비가 내린 30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중고차 단지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쏟아지는 폭우에 경기 수원의 한 중고차 단지에서 차량들이 물에 잠긴 모습이 목격돼 중고차 구매를 알아보는 소비자들에게 '침수차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런 차량들이 정상 차로 둔갑해 중고차 매물로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당분간 중고차(구매)는 조심해야 한다"는 게 최근 올라온 게시물들의 골자다. 자신을 중고차 딜러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매물이 풀리는 시기는 1~2개월 뒤로 이때 사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남겼다.

지난달 30일 경기 남부 지역에 시간당 최대 50mm가 넘는 강한 비가 내린 탓에 전국 최대 규모의 수원 중고차 매매단지에 서 있던 차량 100여대가 빗물에 잠겼다. 차량들은 창문과 보닛 부위까지 침수돼 전기부품 등이 고장나 시동을 걸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진입로가 좁아 견인도 어려운 상황으로 해당 중고차 단지는 물이 자연 배수되길 기다리고 있다. 해당 업체는 이후 수원시와 함께 성능 점검, 침수 여부 식별 조치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침수차 기준은 서로 다른데 타이어가 잠기면 엔진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침수차라고 봐야 한다"며 "이번 수원 중고차 단지 내 차량들은 침수됐다고 보는 게 맞지만, 성능 점검 뒤 침수차 여부가 가려진다. 상태가 심각하면 폐차되고, 그렇지 않은 차량은 수리를 거쳐 가격을 조정해 판매할 것이므로 안전상 큰 문제는 없을 것"고 말했다.

침수차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침수차인지 고지되지 않은 채 판매됐던 기존 사례가 문제였다는 게 설명이다.

그럼에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침수차인지 안내하지 않고 정상적 중고차를 가장한 침수차가 시장에 풀릴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11월 중고차 판매업차 105명과 최근 1년 내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성인 501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특히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응답률 59.1%)를 중고차 시장 문제점으로 꼽았다.

침수차가 보험사에 인수됐다면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히스토리) '무료침수차량조회' 서비스를 통해 수리나 전손처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에 접수되지 않은 침수차는 이 같은 이력 확인조차 어렵다. 이런 허점을 노린 일부 악덕 업체는 침수차를 직거래 매입하거나 전손 처리돼 폐차 예정인 차를 사들여 수리 작업 후 시장에 유통하곤 한다.

다음주 또 강한 비가 내려 침수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우는 주말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다음주 초부터 다시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이달 8일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제주와 남부 지방 중심으로 많은 양의 비가 예상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악취 여부 확인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오염 여부 확인 △고무패킹을 뜯어 흙·먼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등의 침수차 구별법이 공유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딜러들도 있을 수 있다. 안전벨트는 신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 데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고무패킹도 미리 뜯어 닦을 수 있어 100% 신뢰할 만한 구별 요령은 아니라는 조언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손전등으로 비교적 손이 닿기 어려운 가속페달 안쪽 끝부분을 비춰 흙이 묻었는지 확인하거나 가급적 전문가를 통해 판단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또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전손 차량이나 침수차를 취급하지 않고, 구매 후 문제가 생기면 환불 조치 가능한 전문적 중고차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