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 중인 해외 유학생이 올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거세진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계 어디에서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비대면 캠퍼스’를 활용하는 외국인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한류·방역·비대면이 유학생 늘려

'한류의 힘'…코로나에도 외국인 유학생 늘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집계해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학위 과정 외국인 유학생’ 수는 총 12만18명으로 전년(11만3003명)보다 6.2%(7015명)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10만215명)과 비교하면 1만9803명(19.8%) 불어났다.

학위 과정 외국인 유학생은 단기 체류하는 어학연수생, 교환학생과 달리 국내 대학에 소속을 두고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 과정을 밟는 학생들을 의미한다. 다만 비학위 과정 유학생 수는 2020년 4만692명에서 2021년 3만2263명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학위 과정 유학생의 증가세는 이례적”이란 게 대학가의 평가다. 교육부의 ‘2학기 외국인 유학생 보호·관리 방안’에 따르면 2학기 개강에 맞춰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입국 전후 총 세 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14일 동안 자가격리도 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한류 열풍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BTS 에스파 등 K팝 스타를 동경하거나 한류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관심이 높아진 학생들이 많다. 이화여대 경영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미얀마 유학생 카인 띵자 씨(30)는 “중학생 때부터 마을 사람들과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미얀마에서도 한국어과에 진학했다”며 “지금도 미얀마는 BTS는 물론이고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신 국가에 비해 양호한 한국의 방역 상황도 유학생들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홍익대 3학년인 싱가포르 유학생 유진 시아오 씨(27)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어 한국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등 한국이 방역 조치를 잘하고 있어서 졸업 때까지 계속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난 것도 해외 유학생이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관계자는 “굳이 한국에 오지 않고도 본국에서 비대면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보니 상당히 많은 학생이 올 들어 한국 대학에 등록했다”고 전했다.

해외 주요국은 유학생 줄어

팬데믹 영향으로 해외 주요국은 유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미 국제교육연구소(IIE)에 따르면 미국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다니는 유학생은 지난해 기준 107만5496명으로 2019년 109만5299명에 비해 2만여 명 줄었다.

외신에 따르면 호주, 영국 등에서도 외국인 유학생 수가 급감해 대학 재정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유학업계 관계자는 “서구 선진국 대학들은 외교 갈등 문제로 인해 중국인 유학생의 유입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선 당분간 한국 유학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코로나19 확산 2년째에도 학위 과정 유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이 그만큼 유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의미”라며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등 한국 드라마 강풍이 계속되면서 코로나 상황이 올해보다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에는 비학위 과정 외국인 유학생 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영/장강호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