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초교 보건교사 핫팩 들고 봉사…"현장의 어려움 느껴"
방학 반납하고 선별진료소로…현장 나선 베테랑 보건교사
1년 넘게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로도가 극심한 방역 최전선에 보건 교사들이 동참했다.

지난 2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는 갑작스레 쏟아진 눈발에도 검체 검사를 받으러 나온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전신 방호복에 안면 보호구(페이스 실드)를 쓴 인력 7명은 대기실·접수처·검사실에 각각 배치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날 따라 초속 10m 안팎의 강풍이 몰아친 탓에 얇은 방호복과 장갑을 낀 검사 요원들은 저마다 몸에 핫팩을 붙이거나 작은 난방기를 틀어놓고 추위를 달랬다.

한 달간의 짧은 방학을 반납하고 자원봉사에 나선 이연수(48) 부평서초등학교 보건교사도 양손에 핫팩을 든 채 시민들에게 주의 사항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올해로 보건교사 20년 차인 이씨는 방역 현장의 일손을 구한다는 보건교사회의 모집 공고를 보고 선별검사소 업무에 자원했다.

학교에 다시 나가야 하는 설 명절 직전까지 대략 3주간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매일 3시간 검사소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29일 보건교사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씨처럼 방역 최전선 현장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보건교사는 208명에 달한다.

방학 반납하고 선별진료소로…현장 나선 베테랑 보건교사
인천에서는 그를 포함한 보건교사 9명이 봉사에 나섰으나 최근 확진자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면서 모두 검사소에 배치되지는 않았다.

현재 인천에서는 임시 선별검사소 8곳이 운영 중이다.

이씨는 "마침 방학이라 시간이 나기도 했고 간호사 면허가 있는 의료인의 한 명으로서 봉사에 자원했다"며 "회사 휴가까지 내면서 대구에 달려갔던 많은 의료인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선별진료소에서 일해온 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첫날부터 느꼈다"며 "화장실을 가려면 방호복을 벗어야 해서 점심시간이 되기 전 3시간 동안은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근무한 나흘간 오전 시간대에만 150∼200명의 시민이 이 선별검사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예전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생리대 갈 시간도 없다'고 얘기한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며 "국민들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봉사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학 반납하고 선별진료소로…현장 나선 베테랑 보건교사
이어 "일선 방역 인력 충원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지 국민성에 의해 버텨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그동안 고생해온 분들에 비해 제 봉사는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 경험을 토대로 곧 등교할 학교에서 훨씬 긴밀한 대응이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