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아모레퍼시픽과 공동 연구를 통해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를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노화된 피부 조직에서 감소된 콜라겐 합성을 증가시키고, 재생능력을 회복시켜 젊은 피부로 되살리는 역노화 기술을 새로 개발했다.현재 널리 연구되고 있는 '회춘' 기술은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처음 개발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셀)다. 이미 분화된 세포를 역분화시키는 4개의 인자(Oct4, Sox2, Klf4, C-Myc)를 일시적으로 발현시키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 줄기세포는 언제든지 악성 종양으로 둔갑할 수 있어 이를 제어하는 것이 큰 과제로 남아있었다.연구팀은 기존의 방대한 분자생물학 실험 데이터를 집대성하고, 직접 실험을 통해 생산한 단백질 인산화 데이터를 활용해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의 노화 신호전달 네트워크 모델을 수학적으로 정립했다.연구팀은 이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핵심 인자를 4년여간 연구했다. 그 결과 단백질 타깃 'PDK1(3-phosphoinositide dependent protein kinase 1)'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단백질 합성과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mTOR과 면역 물질 사이토카인 생성에 관여하는 NF-kB를 동시에 제어하는 조절인자다.연구팀은 PDK1이 mTOR과 NF-kB를 활성화해 노화와 관련된 '분비 표현형'을 유발하고, 노화 형질을 유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반대로 PDK1을 억제하면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피부 모델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동백추출물에서 PDK1 억제성분을 추출해 노화된 피부의 주름을 개선하는 화장품을 개발중이다.연구팀 관계자는 "그동안 비가역적인 생명현상으로 인식돼왔던 노화를 되돌릴 수 있음을 보였다"며 "피부 노화 및 노인성 질환의 발생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 1월 같은 기술을 적용해 대장암 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 바 있다.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안수균·강준수·이수범 연구원과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이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또 한 번의 노벨상 시즌이 지나갔다. 지난 9월 말 연구실적 통계분석 기관인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노벨상급' 인용지수를 갖춘 학자 명단에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포함돼 일각에서 올해는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올해도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없었다. 이렇게 노벨상 시즌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언제쯤'이라는 질문이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머지않아'부터 '아직 멀었다'까지 천차만별인데, 확실한 건 지금 당장은 아니란 거다.그런데 이런 문답을 접할 때마다 질문 자체가 섣부른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리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매년 강의시간에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알파 입자 산란 실험 이야기를 해준다. 실험이 갖는 과학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이라는 직접적인 보상이 없었다는 사실, 실험 방법의 개념적 단순함에 비해 극도로 지루한 실제 실험 과정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훌륭한 예이기 때문이다.알파 입자 산란 실험이란 1900년대 초 원자핵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해 원자 구조를 밝혀낸 실험을 말하는데, 기본적인 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종종 언론에 방사선 물질로 등장하는 라돈 가스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알파 입자인데, 이 알파 입자들을 아주 얇은 금박지에 쏴준다. 그러고 금박지에 부딪힌 알파 입자들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많이 튕겨 나갔는지를 측정하면 된다. 밥 로스의 말을 빌리자면 “참 쉽죠?” 오늘날에는 많은 대학에서 학부생 혼자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실험이다. '끈기'로 밝힌 원자 구조당시의 원자 모형에 따르면 금박지에 쏴준 알파 입자들은 전부 금박지를 통과해 직진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실제로는 미량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양의 알파선이 다양한 각도로 튕겨져 나갔다. 이 결과로부터 원자핵의 존재를 어떻게 규명하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라지만, 당시 알파 입자를 어떻게 검출했는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알파 입자는 양전하를 띠는 입자로, 형광물질과 충돌하면 형광물질이 깜박이며 빛을 낸다. 형광물질을 금박지 둘레에 적절하게 배치하고 얼마나 자주 깜박이는지를 세어서 알파 입자의 양을 측정할 수 있었다. 알파 입자 1개가 형광물질과 충돌할 때 나는 빛은 매우 희미하다 보니 암실에 들어가 눈이 암적응할 때까지 한참 기다린 후에 알파 입자를 눈으로 세야 했다. 알파 입자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어오면 정확히 세기가 어렵기 때문에 분당 50~100개 이상을 측정하기 어려웠고, 그마저도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에 금세 눈이 피로해졌다.발표된 실험 결과를 보면 이런 알파 입자를 수개월에 걸쳐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 셌을 것으로 추정된다. 1분에 50개씩 셀 수 있다면 시행착오를 포함해 1만 분 이상 암실에서 현미경으로 형광판을 들여다봤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주 40시간 근무하면서 화장실도 안 가고 이것만 한다고 했을 때 꼬박 한 달의 시간이 걸린다.이 실험으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은 러더퍼드지만 실제 실험을 수행한 것은 러더퍼드와 일하던 한스 가이거라는 물리학자와 어니스트 마르스덴이라는 학부생이다. 가이거와 마르스덴은 1만 분 이상의 시간 동안 1분 간격으로 교대 실험을 했는데, 인간의 인내심으로 해낼 수 있는 실험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여담이지만 가이거의 가장 유명한 업적은 추후에 가이거-뮐러 카운터라고 하는 방사선 검출기를 발명한 것인데, 가이거가 왜 이런 검출기를 발명하고 싶어 했을지를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노벨상 욕망보다 호기심 일깨워야흥미로운 것은 이 엄청나게 지겹지만 엄청나게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러더퍼드, 가이거, 마르스덴 그 누구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러더퍼드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는 했으나 이 실험을 하기 전의 일이다). 이런 지긋지긋한 실험의 결과물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결국은 가이거와 마르스덴의 끈기 덕분인데, 이쯤에서 그 끈기를 지탱시켜준 동력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본 것은 아니지만, 결국 원자의 구조에 대한 원천적인 호기심 아니었을까? 노벨상을 받겠다는 공명심이 자연의 비밀을 밝혀보겠다는 호기심을 앞섰다면 이 지긋지긋함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누구나 올림픽 금메달, 아카데미 감독상, 노벨상 등 그럴듯한 꿈을 꿀 수는 있다. 그렇지만 스포츠가 됐든 예술이 됐든 과학이 됐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 없이 명예만을 좇는다면 그저 허황된 꿈으로 끝나게 마련이다.우리 과학계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성숙하려면, 노벨상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기 전에 이 자연에는 어떤 신기한 비밀이 숨어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워 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렇게 호기심 그득한 과학자들이 분야별로 한가득 있을 때쯤에서야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언제 나올까라는 질문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기억해주세요 원자핵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해 원자 구조를 밝혀낸 알파 입자 산란 실험 결과를 보면 알파 입자를 수개월에 걸쳐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 셌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과학계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성숙하려면 노벨상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기 전에 이 자연에는 어떤 신기한 비밀이 숨어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워 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신체 움직임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 선수가 로봇을 착용하고 기록을 다투는 국제 대회에서 국내 연구팀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15일 KAIST에 따르면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팀 엔젤로보틱스(사진)는 지난 13일 대전 KAIST 본원에서 열린 ‘사이배슬론 2020 국제 대회’의 착용형(웨어러블) 로봇 종목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2016년 스위스에서 개최된 첫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연구팀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착용형 로봇 ‘워크 온 슈트 4’를 들고 출전했다. 공 교수팀이 개발한 로봇의 전체 무게는 30㎏에 달하지만 무게중심을 분산해 1분에 40m 이상 걸을 수 있도록 속도를 높였다. 비장애인 보행 속도(시간당 2~4㎞)와 비슷한 수준이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