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별도의 증거금 없이 외환 거래 일종인 FX마진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체들에 대해 경찰이 금융당국과 함께 전면적인 수사에 나선다. 이들 사이트의 운영 방식이 금융거래가 아니라 사행성이 짙은 도박이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은 30일 FX마진거래를 가장해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일당을 검거하고 전국에 있는 FX마진거래 중개업체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환율 등락에 베팅한 도박업체

도박성 짙은 '렌트 방식 FX 마진거래' 전면 수사
서울 강남경찰서는 FX마진거래로 위장한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혐의로 B씨(49) 등 7명을 검거하고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적용 법조항은 도박장소 등 개설에 관한 형법 제247조다.

렌트 방식의 FX마진거래는 중개업체가 외환거래를 하려는 개인투자자를 대신해 증거금을 내고 이들이 FX마진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 증권·선물사를 통해 FX마진거래를 하려면 증거금으로 최소 1200만원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거래비용 부담이 낮고 소액 투자가 가능한 중개 방식의 FX마진거래로 몰리고 있다.

도박성 짙은 '렌트 방식 FX 마진거래' 전면 수사
B씨 등 피의자들은 지난해 6월 FX마진거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A업체를 개설했다. 회원들은 현금을 입금해 바꾼 거래용 사이버머니로 분마다 사이트에 게시된 영국파운드화(GBP), 호주달러화(AUD) 등의 외화 환율차트를 바탕으로 등락을 예측해 1000~5만원을 베팅했다. A업체는 분 단위의 짧은 기간을 정해 회원이 베팅한 환율 등락이 맞으면 금액의 2배를 지급하고, 틀렸을 때는 베팅 금액을 A업체가 모두 가져가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다른 FX마진거래 중개 업체는 국내 증권·선물사와의 실제 외환 거래가 있었지만 A업체는 이마저도 없었다. 국내 증권·선물사로부터 제공받은 지수 등락 화면을 바탕으로 회원들의 베팅을 유도했다. 이렇게 운영된 A업체의 거래 규모는 50억원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회원 규모는 66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좌를 확인한 뒤 회원들도 ‘도박죄’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FX마진거래 중개에 관한 법적 규제가 모호한 것을 악용한 불법 거래”라며 “거래 실상은 외환 선물거래가 아니라 홀짝 도박과 같은 게임이었다”고 설명했다.

◆FX마진거래 중개 업체들 전면 수사

렌트 방식의 FX마진거래는 사실상 법적 규제가 없어 사이트 개설이나 회원 모집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현재 10여 개의 업체들이 공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렌트 방식의 FX마진거래를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의 2015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렌트 방식의 FX마진거래가 도박성 거래로 변질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렌트 방식의 FX마진거래는 사행성이 짙기 때문에 금융상품으로 편입해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실제 외환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렌트 방식의 FX마진거래를 도박 범주로 보고 이를 형법으로 규제하기 위해 관련 제도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렌트 방식의 FX마진거래가 도박 등의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고 보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사 업체에 대한 수사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에 중개 업체를 낀 FX마진거래 체험장이 우후죽순 늘면서 FX마진거래가 각종 도박성 범죄로 변질되고 있다”며 “렌트 방식의 FX마진거래 자체가 도박성이 짙기 때문에 실제 외환거래가 있는 업체에 대해서도 금융당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FX마진거래

달러나 유로 등 환율의 변동성에 투자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최소 거래단위가 10만달러지만 증거금은 10분의 1에 불과해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환율이 5%만 변동해도 실제 수익(손실)률은 ±50%가 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