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이름을 빌려줘 부동산 등기를 한 사람이 실제 주인 몰래 해당 부동산을 처분해 매각대금을 유용했더라도 횡령이나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했더라도 횡령죄가 안된다는 판결은 이전에 있었지만 처분대금을 유용해도 횡령이 아니라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장해창 부장판사)는 23일 회사 대표의 명의신탁 부탁에 따라 자기 명의로 등기한 부동산을 몰래 처분한 뒤 매매대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지모(34)씨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씨와 지씨에게 명의신탁을 부탁한 김모(43)씨에 대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죄를 적용,징역 2년6개월과 징역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의신탁 약정이 부동산실명제법에 의해 무효가 되는 경우 명의신탁 약정 속에 내포돼 있는 ''부동산 처분대금의 반환약정''도 무효"라며 "명의수탁자는 신탁자에게 부동산 처분대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없으며 신탁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만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