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가 부도났다 하더라도 발행 당시 부도를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형선 대법관)는 3일 합성수지 제조업체의 명목상
대표이사로 있던 중 부도수표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5.교수)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정수표단속법은 기업 자산 자금사정 경영실태
등에 비춰 제시일에 수표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과를 알면서도
수표를 발행했을 때 성립한다"며 "김씨의 경우 발행 당시 기업이 정상
가동중이었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경영상태가
좋아 부도를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부도난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 회사의 실질적 경영주인 황모씨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자금
부담이 가중됐고 김씨가 부도전에 회사를 구만둔 점도 감안했다.

김씨는 1993년부터 친척 부탁으로 K사의 명목상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중
1996년 이 회사가 발행한 5억2천만원 상당의 당좌수표 3장을 예금부족 등으로
막지 못하게 되자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