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예산안 협상’이었지만 실제로는 ‘세법 협상’이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이 실제로는 예산 부수법안인 개별 세제 개정안을 놓고 불붙었기 때문이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법인세법을 제외한 상당수 쟁점 법안에서는 합의안이 나왔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여야는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 및 세액공제 기준을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도 대폭 완화된다. 2주택자까지는 중과세율(1.2~6.0%)이 아니라 일반세율(0.5~2.7%)을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종부세 최고세율도 6%에서 5%로 조정돼 3주택자 이상도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예상된다. 양당의 설명이 엇갈리지만 현재 6억원인 다주택자 세액공제 기준은 9억원에서 12억원 수준으로 상향될 전망이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부과는 2년 유예로 가닥이 잡혔다. 금투세는 주식과 파생상품, 펀드 등의 매매를 통한 소득이 연 5000만원을 넘으면 최고 27.5%(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내는 제도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에 한발짝 물러섰다. 금투세가 유예되면서 암호화폐 양도세 부과도 함께 미뤄질 전망이다.

대신 정부는 민주당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해 증권거래세를 △2023년 0.20% △2024년 0.18% △2025년 0.15% 등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100억원으로 상향하려던 대주주 요건은 30억원으로 낮추거나, 현행대로 10억원을 유지할 전망이다.

여야는 가업 상속과 관련된 상속·증여세도 상당 부분 합의를 도출했다. 내년 상속세 개편 때 묶어서 전면 개편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가업 승계 활성화를 위해 가능한 부분은 먼저 개정하기로 했다.

가업상속세제 적용 기준의 경우 정부는 매출 4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올리는 안을 냈지만, 논의 끝에 6000억원 안팎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업종 변경 제한과 사후관리 기간 등도 완화될 전망이다.

노경목/고재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