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빨간 원)이 지난 20일 평택 삼성반도체캠퍼스 평택3(P3)라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통역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빨간 원)이 지난 20일 평택 삼성반도체캠퍼스 평택3(P3)라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통역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빨간 원)이 지난 20일 평택 삼성반도체캠퍼스 평택1(P1)라인에서 통역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진 외교부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 김 비서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빨간 원)이 지난 20일 평택 삼성반도체캠퍼스 평택1(P1)라인에서 통역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진 외교부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 김 비서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이번 정상회담에서 누구보다 더 오래 윤석열 대통령의 곁을 지킨 사람이 있습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통역했고 이번에는 윤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외교관, 바로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입니다.

김 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찍힌 사진 어디에나 빼꼼히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첫날인 지난 20일 평택 삼성반도체캠퍼스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만남부터 평택1·3(P1·3)라인 시찰, 21일 한·미정상회담의 그 순간까지 대통령 옆에서 '그림자 통역'을 했습니다.

의전비서관이 대통령의 통역까지 직접 맡는 모습은 이례적입니다. 의전비서관은 정상회담 등 주요 행사의 모든 이벤트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석자 명단을 조율하고, 대통령 동선을 관리하고, 이벤트에 필요한 음악과 공연도 기획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김 비서관이 직접 통역을 맡은 것은 스포츠 경기로 비유하자면 감독이 직접 선수로 뛰는 '플레잉 코치'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 비서관은 왜 직접 통역까지 맡았을까요.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김 비서관을 워낙 편안해하고 통역 능력도 출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부터 외신 공보담당 보좌역을 맡아 곁을 지켰습니다. 김 비서관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살아 윤 대통령과 '이웃 주민'이기도 합니다.

김 비서관의 통역 능력은 그의 이력에서 증명됩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의 김 비서관은 1999년 33회 외무고시에 합격했습니다. 당시 외무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한 두 명이 모두 외교관 아버지를 둬서 화제가 됐는데요, 김 비서관은 김세택 전 오사카 총영사의 아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외국을 많이 다녀 유창한 영어 실력은 물론이고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 실력도 갖췄다고 합니다.

이후 김 비서관은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서기관, 행정관을 맡았고 주이라크 대사관 행정관, 지역공공외교담당관을 거쳐 북미국 북미2과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퇴임했습니다. 외교부 내에서는 북미국 등 한미관계를 주로 다루는 '워싱턴 스쿨'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의 한미정상회담 사진을 가리키며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의 한미정상회담 사진을 가리키며 "세 번 다 미스터킴(김일범 의전비서관)이 통역을 했다고 합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김 비서관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네 명의 대통령을 통역한 '대통령 통역가'로서의 경력입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세 명을 연이어 보좌한 것도 독특한 이력인데 이번에 네 번째로 윤 대통령을 통역하게 된 겁니다.

대통령의 통역은 단순 언어 실력을 넘어 경제·산업·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사전지식을 갖춰야 하는 일입니다. 정상 혹은 주요인사와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현안을 이해하고 맥락에 맞춰 번역해야 하기 떄문입니다. 통역가로서 김 비서관의 전문성을 이 대통령들이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가운데)이 2012년 3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통역하고 있다. 청와대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가운데)이 2012년 3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통역하고 있다. 청와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국민의힘 경지지사 후보는 김 비서관의 외신 담당 공보보좌역 인사를 발표하며 “민간기업에서는 글로벌 사업 전략을 담당했지만, 여러분이 많이 아시는 국내 최고 실력파 외교관 출신인 분”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후보가 말했듯 김 비서관은 민간 기업에서 글로벌 감각을 갖추기도 했습니다. 2019년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마치고 SK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을 맡은 것입니다.

당시 SK는 미국 제약회사 엠팩(AMPAC)을 인수한 데 이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에 1조원을 투자하는 등 북미지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미국 정관계 사이를 연결하는 데 중요 역할을 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입니다.
외시수석·대기업 임원·박선영 남편…尹 '그림자 보좌'한 이 사람 [김인엽의 대통령실 사람들]
'배우 박선영의 남편'은 김 비서관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박선영 씨가 2010년 결혼을 발표할 당시 김 비서관은 '엘리트 외교관'으로 소개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김 비서관과 박 씨는 2003년부터 교제해 7년간 연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혼 당시 박 씨는 김 비서관에 대해 "소탈하고 털털하며 매사에 똑 부러지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편이 나를 토끼라고 부른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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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