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위성사진 분석해 보도…"제재위반한 선박 압수 안해 제재 무력화"
"중, 대북 석유밀수 선박들에 자국 영해·조선소 이용 묵인"
중국이 북한에 석유를 몰래 공급하는 선박들의 자국 영해 진입은 물론 항만 인프라 이용까지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분석 등을 통해 중국이 이처럼 대북제재 위반을 눈감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가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업체 플래닛랩스를 통해 입수한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 1월1일 중국 푸젠성 북동부의 해안도시 닝더의 한 조선소 앞에서 선박 '뉴콩크'호가 포착됐다.

같은 날 두 시간 뒤에 찍힌 위성사진에서는 뉴콩크가 조선소 드라이독 안으로 이동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드라이독이란 선박의 건조와 수리를 위해 사용되는 시설이어서 뉴콩크가 이곳에서 수리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뉴콩크는 북한에 석유제품을 불법 수송한 것으로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대북제재 위반 선박이다.

따라서 유엔 회원국은 이 선박의 입항을 불허하고 영해에 진입하면 해당 선박을 압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선박을 압수하지도, 진입 사실을 유엔에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전문가패널을 이끌던 휴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NYT에 "유엔 전문가패널은 뉴콩크를 (대북제재 위반으로) 안보리에 보고했고, 중국도 그 보고서를 수용했다"며 "그러나 중국은 전 세계 입항 금지 권고를 받은 그 선박이 수리를 받을 수 있게 조선소에 들여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중, 대북 석유밀수 선박들에 자국 영해·조선소 이용 묵인"
중국이 묵인한 대북 석유 밀수출 선박은 뉴콩크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분석한 지난해 11월 위성사진에는 닝더 남동쪽의 산샤만에서 북한에 석유를 밀수출한 사실이 유엔에 적발된 선박 6척이 한꺼번에 포착됐다.

최근 NYT가 탐사보도한 '다이아몬드 8'을 포함한 이들 선박 근처에서는 중국 해군 경비선이 순찰 중인 것으로 보인다.

6척의 선박 중에는 안보리가 지난 2018년 3월 블랙리스트에 올린 '육퉁'도 있다.

이 선박은 최소 올해 1월 이후 계속 중국 영해에 머물러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들 선박을 압수하거나 유엔에 보고했느냐는 NYT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는 대신 지난해 12월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이 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 논의 시작을 촉구한 성명을 신문에 보냈다.

이날 보도는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기싸움을 벌이며 긴장감을 연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몇 주 안에 새 대북정책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지만, 북한은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응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북한에 석유를 밀수출하는 선박들을 묵인한다는 점은 미국의 비핵화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밝혔다.

그리피스는 "그들(중국)은 유엔이 금지한 (북핵)프로그램을 멈추거나 늦추게 할 가장 중요한 조치를 무효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