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회를 시작으로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9일 밝혔다. 국회가 떠난 서울은 글로벌 경제금융 수도로 육성하고, 전국을 ‘3+2+3 광역권’으로 만들겠다는 초대형 도시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노린 현실성 부족한 ‘졸속 공약’이란 비판이 나온다.

“국회 이전으로 행정 비효율 해결해야”

우원식 민주당 행정수도추진단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에 있는 정부 부처 소관 10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세종의사당으로 즉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근거 법령이 될 국회법 개정안의 통과를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이전 대상 상임위는 기재위, 교육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무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와 예결위 등 11곳이다. 국회사무처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일부도 이전 대상에 포함된다.

추진단은 이날 국회 이전의 근거로 행정 비효율과 국민적 동의를 들었다. 우 단장은 “2016년에서 2018년까지 세종 소재 중앙행정기관의 관외 출장 횟수가 86만9255회, 출장비는 917억원이 지출됐다”며 “연간 비효율이 2조~4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이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회 이전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2.5%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추진단은 국회 완전 이전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우 단장은 “국회 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의 완전한 이전을 위한 시기와 방식을 협의해 나가겠다”며 “국민의 여론 수렴과 여야 합의를 위한 특위 구성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이전에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점을 내세워 이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의 세종 완전 이전을 추진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과거 헌법재판소가 국회 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 등을 문제 삼으며 국민적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행정 비효율 해소를 위해 상임위 몇 개를 설치해서 활동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국회를) 전부 옮기는 것은 찬성할 수 없고, 한다 해도 사전에 몇 개 상임위부터 시범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 앞둔 與, 초거대 프로젝트 남발

민주당은 이날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권역별 메가시티 육성 계획도 제시했다. 우 단장은 “경제 규모가 이미 메가시티에 근접한 그랜드 메가시티 세 곳, 행정·경제 통합이 이뤄져야 메가시티로 발전할 수 있는 행정·경제 통합형 메가시티 두 곳, 행정 통합이 어렵고 경제 규모가 작지만 독자적으로 키워야 하는 강소형 메가시티 세 곳을 선정해 개발하는 3+2+3 광역권 개발 전략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랜드 메가시티 대상 지역은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충청권이 낙점됐다. 행정·경제 통합형 메가시티는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강소형 메가시티는 전북 강원 제주 등이 선정됐다.

추진단은 권역별 메가시티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하겠다고 밝혔다. 우 단장은 “초광역권 개발에 필요한 제도 구축을 민주당과 정부에 건의하겠다”며 “행정안전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해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으로 비워진 여의도를 중심으로 서울을 국제적 경제금융 수도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를 글로벌 금융 특구로 지정해 조세, 규제제도, 법률서비스 등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혁신하겠다는 방안이다. 서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 부지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과학 및 창업 클러스터를, 동여의도는 홍콩을 대체할 동북아 금융 허브로 각각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거대 개발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실현 대책이나 재정 지원책이 턱없이 부족한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거대 개발 프로젝트와 이번 상임위 이전 등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등을 노린 선거용 공약에 불과하다”며 “국민적 동의도 없고, 여야 합의도 없는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식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