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재배수량 4만t급에 평갑판 형태…정찰용 무인기 등 탑재할 듯
적 공격 대응해 하드킬·소프트킬 무장 갖춰…효용성 놓고 찬반
[김귀근의 병영톡톡] 해군 '경항모' 꿈 이루나…논란 극복 과제
해군의 '경항모 운용' 꿈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방부가 지난 10일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경항모 확보사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서다.

국방부의 대외발표 자료에 '경항모'란 단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8월 '2020∼2024 국방중기계획' 발표 때는 '다목적 대형수송함'으로 표현했다.

국방부가 이번에 경항모를 처음 명기하면서 경항모 도입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현재 '대형수송함 2차사업'으로 명명되어 있지만, 오는 10월께 합동참모본부에서 이를 경항모 확보사업으로 변경해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군 관계자가 22일 전했다.

연내에 공군과 해군이 협의해 합참에 수직이착륙기 소요를 제기한 데 이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수직이착륙기 도입을 결정하면 경항모 건조 및 함재기 F-35B 스텔기 전투기 도입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 "주변국 해양안보위협 대비 필요"vs"이지스함·합동화력함 추가 도입해야"
국방부의 경항모 도입 공식화 이후 벌써 효용성 및 필요성을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린다.

이런 논란을 극복하고 국민적인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중국이 4개 항모전투단 확보를 추진하고, 일본은 헬기 탑재형 호위함인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해 F-35B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앞으로 주변국에 의한 해양안보 위협 현실화가 예상되므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항모 도입에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주변국 군사력과 대등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창'의 길이는 같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운다.

한반도 주변 중국과 일본이 항공모함과 경항모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최소한 한국도 원거리 해상에서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띄울 수 있는 플랫폼(경항모) 하나는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해군 '경항모' 꿈 이루나…논란 극복 과제
해군 논리도 이런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경항모가 ▲ 바다에서 힘으로 뒷받침하는 강한 군사력의 상징적 수단 ▲ 해양주권 수호 의지 현시 수단 ▲ 지·해상·공중의 전 영역에서 작전 가능한 움직이는 다목적 군사기지 ▲ 초국가·비군사적 위협에 대비한 포괄적 안보 수호자 ▲ 미래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 수행을 위한 자주국방의 핵심능력 등이 될 것이라고 해군은 주장한다.

해군 관계자는 "경항모를 단순히 운송 수단이나 과시용 수단으로서 자동차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굳이 비교한다면 침입자를 방어하는 방범시스템일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주거 침입자에 대응하고자 옆집은 기관총이나 소총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칼이나 화살만 갖고 있다면 대응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 해군 예비역 장성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국군도 명실공히 독자 작전체제로 가야 한다"면서 "오래전 이지스함 도입과 잠수함 건조 계획을 수립했을 때 한반도 여건상 그런 전력이 왜 필요하냐고 반대가 심했는데 그때 좌절됐으면 지금 어땠겠냐"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항모 도입에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경항모 운용 목표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경항모 도입이 대북 억제냐, 주변국 위협 대응이냐는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북 억제 측면도 있다고 한다면 이는 북한과의 종심이 짧은 한반도 지리적 여건상 경항모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3척인 이지스 구축함이 2028년까지 3척이 추가되는데 이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유사시 적 육상지역 표적을 지원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합동화력함'도 추가 건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4천∼5천t급의 합동화력함은 한국형 '아스널십'(Arsenal Ship)으로 불린다.

아스널십은 '바다에서 움직이는 미사일 탄약고'라고 할 수 있다.

함대지 미사일 등 정밀 유도탄을 탑재해 유사시 적 지역의 목표물을 타격한다.

경항모를 보호할 구축함과 호위함, 잠수함, 정찰자산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적 대함미사일과 어뢰, 지상 초음속 미사일 등에 격파될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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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군 당국은 적 어뢰와 미사일 등을 방어하고자 경항모에 다기능 능동위상배열 레이더, 대함유도탄 방어유도탄, 어뢰대항체계, 대유도탄기만체계, 근접방어무기체계, 전자전 장비 등 다양한 하드 킬(Hard Kill), 소프트 킬(Soft Kill) 무장을 탑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함재기와 관련해 무기체계가 통합되어 제작되는 'F-35B 영국식 버전'을 채택해 전투기에 탑재하는 미국산 무기체계 도입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미국 강습상륙함처럼 함재기인 F-35B 일부에 감시·정찰 임무를 부여하고, 영국 퀸엘리자베스 항모처럼 조기경보 헬기 탑재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경항모가 한반도 근해에서 작전할 때 항공통제기(피스 아이) 지원도 가능하고, 필요하면 함 탑재 무인기나 헬기도 활용 가능하다"며 "조기경보 헬기 확보 계획은 아직 없으나, 경항모를 운용하는 국가들의 사례 연구 등을 통해 작전 운영개념을 지속 발전 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항모 만재배수량 4만t급·평갑판 형태…600여명 탑승
국방부는 "경항모는 3만t급 규모로 병력·장비·물자 수송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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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제시한 3만t급은 경하배수량(물품을 싣지 않은 상태)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실제 건조할 때는 만재배수량(경하배수량에 모든 함정 중량 포함) 4만t급으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함재기인 F-35B가 이·착륙하는 데 필요한 갑판 형태도 '스키점프대'가 아닌 '평갑판형'으로 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점프대를 설치하면 F-35B의 이륙거리 단축 및 최대 이륙중량을 증가시킬 수는 있으나, 활주로가 경사져 구조헬기 탑재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국 랴오닝함(만재배수량 5만9천439t)과 산둥함(7만t)은 스키점프 방식이다.

F-35B 12대가량 탑재할 수준의 경항모로 개조 중인 일본의 이즈모함(2만4천t)은 평갑판형이다.

군은 경항모 진수 시기를 2033년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한국 선박 건조 기술로 볼 때 3∼4년가량은 앞당겨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경항모 총건조비는 F-35B 2대(3조∼4조원), 함정 건조(2조원) 등을 합해 5조∼6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제주 해군기지에다 정박할 수 있어 해당 시설비용까지 합하면 총건조비는 더 늘 가능성도 있다.

경항모 승조원은 독도함(300여명)의 2배인 600여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항모는 크기(톤수)와 항공기 운용 능력에 따라 경항모(1만∼3만t·함재기 10∼20여대), 중형함모(4만∼6만t·함재기 30∼40여대), 대형항모(9만∼10만t·함재기 50∼80여대)로 분류한다.

전 세계적으로 항모를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 태국, 브라질 등 9개국(총 23척)이다.

이 가운데 브라질, 이탈리아, 태국이 경항모급을 운용하고 있고, 일본과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2만t급(경항모급)을 운용할 예정이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해군 '경항모' 꿈 이루나…논란 극복 과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