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한국 정부가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 지연으로 지난 4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던 한국인 근로자 4000여 명은 이르면 오는 15일 업무에 복귀할 전망이다. 인건비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만큼 조만간 양측이 협상 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외교가 일각에선 근로자 임금 등 민감한 이슈가 해결돼 오히려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모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게 2020년 말까지 인건비를 지급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수용했다”며 “주한미군은 늦어도 6월 중순까지 모든 한국인 근로자가 일터로 복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의 결정으로 주한미군 전체 한국인 노동력에 대한 한국의 자금 지원이 연말까지 2억달러(약 2430억원) 이상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주한미군과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매우 좋은 뉴스”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작년 말부터 한·미 방위비 협상이 지연되면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고 압박했고,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2월 무급휴직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이 당시 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4월 1일부로 4000명가량의 한국인 노동자가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정부는 미국 측이 임금 선지급 안을 수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중단하기로 한 미국 측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향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미 국방부는 이날 “미국은 상당한 유연성을 보였고 한국도 똑같이 해주길 요청한다”며 “우리는 우리 동맹국(한국)이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합의에 이를 것을 강력 권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증액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체성과 같아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11월 대선에 활용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되레 방위비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가 부담을 느낀 이슈를 해결한 만큼 방위비 협상을 서둘러 타결할 요인 중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13%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50% 인상 규모인 13억달러를 요구한 상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