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투기 개발 핵심기술 제공 거절…"한미정상회담·SCM 의제 돼야"

우리 정부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4개를 제공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지만 거부했다고 방위사업청이 22일 밝혔다.

미국에 요청한 4개는 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TGP), 전자전 재머 통합기술이다.

이들 기술은 우리 정부가 차기전투기(F-X)로 선정된 미국의 F-35A를 도입할 때 정식 계약 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이 대외 유출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기술인지 알면서도 한미동맹 관계를 고려해 미측에 요청한 것이라고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이들 4개를 제외하고 KF-X(보라매사업) 개발에 필요한 기술 21개 제공을 F-35A 계약 사항에 반영했으며 미측은 이들 기술 제공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두 공군총장은 이날 국방위 국감에서 "미국이 4개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도 KF-X를 개발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서 "F-35A 계약 당시에도 그 기술 제공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AESA 레이더와 IRST는 유럽 등 제3국에 의한 기술협력 생산을 추진하고, EOTGP와 전자전 재머 통합기술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 명진 방사청장은 지난 17일 방사청 국감에서 "21개 기술 항목에 대해서는 미측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승인하는 것으로 협조됐다"면서 "4가지 주력 품목은 미국에서 정식으로 거절해서 유럽과 국제협력을 통해 획득하고 국내 기술을 활용할 것이다.

일부 기술은 현재 많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국가 중 하나인데 미측이 무기를 팔고 기술이전에는 인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미국은 한국을 방산 수출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복제를 우려해 미국산 무기 부품에 들어가는 핵심장비를 한국이 건드리는지 정밀하게 확인한다"고 말했다.

방 사청은 4개 기술이전 불발과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4개 기술은 2013년 F-X(차기전투기)사업 경쟁 때 미국 록히드마틴이 거부한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최첨단 고가치 기술을 확보하려고 2014년 F-X 절충교역(보라매 기술이전 분야) 기술지원협정서(MOA)에 미 정부의 승인을 전제 조건으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MOA에 명시된 21개 기술(14억 달러 상당)은 오는 11월 초에 수출허가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합의사항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벌칙이 부과된다"면서 "그러나 4개 기술 제공 여부는 법적인 의무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미국이 4개 기술 제공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을 질타하면서 한미정상회담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 방사청이 얼마나 한심하냐면 4월25일 4개 핵심기술 아니라 통합기술을 다른 기술과 함께 요청했다가 4월에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그 는 "그때까진 아무 일도 안 하다가 8월 와서 국방장관이 미국 장관에게 협조 공문 보내고 외교부는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아직도 (공문) 한 장도 안 보내고 있다"면서 "국방부, 공군, 업체에서 이 부분 다시 미국과 협조해야 하고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이나 SCM에서 의제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