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한국서 스포츠마케팅 꽃피울 기회죠"
농구선수에서 삼성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로 변신했다. 매 순간 위기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스포츠·문화 마케팅 스타트업 왁티(WAGTI)를 이끄는 강정훈 대표(42·사진)의 얘기다.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왁티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도전할 수 있다는 건 기회가 있다는 게 아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강 대표는 “도전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왁티는 스포츠, 문화 분야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대형 스포츠경기뿐 아니라 영화, 음식 등 관련 업계의 마케팅 아이디어와 전략 등을 짠다. 강 대표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에 사직서를 내고 이 회사를 차렸다. 강 대표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도 국내에선 스포츠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없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며 “대기업에 소속된 팀이 아니라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던 삼성전자 직원 3명, 제일기획 출신 2명도 왁티에 합류했다.

강 대표는 회사의 강점으로 다양한 경험과 도전 정신을 꼽았다. 강 대표는 2005년부터 삼성전자에서 10여년간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다섯 차례 올림픽과 관련된 삼성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지난해 초 부장으로 2년 앞서 발탁 승진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강 대표는 “안정된 직장을 나온다는 결정에 주변에선 ‘미쳤다’며 우려했다”며 “그럼에도 꿈을 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그 꿈을 이룰 첫 기회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올림픽 등 아시아권에 굵직한 스포츠경기가 많아 사업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삼성 말고는 올림픽 마케팅을 해본 국내 기업이 없다”며 “그간 쌓은 노하우를 살려 기업들이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왁티는 4일 평창올림픽 공식파트너인 한 대기업과 마케팅 계약을 맺었다. 올 1월 창업하고 3개월 만에 거둔 첫 계약이다. 강 대표는 “회사가 오래되진 않았지만 현장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통한 것 같다”며 “인생 3막 도전기의 첫 성과여서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인생 3막’이라고 표현한 데엔 이유가 있다. 그의 첫 꿈은 농구선수였다. 휘문고, 고려대에서 농구생활을 하다 상황이 엉켜 꿈을 접었다. 처음엔 방황도 했다. 대학교 1학년 1, 2학기엔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LG화재에서 영업과 IR을 담당했다. 하지만 ‘스포츠 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미국 뉴욕대 스포츠비즈니스 석사를 마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스포츠 마케팅을 맡았다. 강 대표는 “도전할 때마다 힘들었지만 도전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회사명에 자신의 인생철학을 담았다고 했다. 왁티는 ‘We are greater than I(우리는 혼자보다 위대하다)’의 약자다. 강 대표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함께 고민하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