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열차’가 만났다.
한류 스타와 팬들이 함께 떠나는 특별한 기차 여행이다.
올해로 개통 10주년을 맞은 KTX와 데뷔한 지 10주년이 되는
한류스타 동방신기가 마련한 ‘동방신기 열차’가 그 무대다.
스타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따사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봄날 동방신기와
팬 250여명이 남도해양관광열차 S트레인에 올랐다.
봄 햇살보다 뜨거운 한류 열차 속으로 함께 들어가 봤다.
동방신기 10주년 기념열차에 탑승한 동방신기 멤버들이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방신기 10주년 기념열차에 탑승한 동방신기 멤버들이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화하는 한류여행

동방신기 열차는 하루 동안 서울역과 곡성역을 오가는 특별노선으로 편성됐다.
동방신기 열차는 하루 동안 서울역과 곡성역을 오가는 특별노선으로 편성됐다.
지난 24일 서울역 3층 대합실. 발 디딜 틈이 없다.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미국 등 여기저기서 모여든 사람들의 국적은 달라도 목적은 하나. 동방신기 열차 탑승이다. 코레일 페이스북에서만 10명 모집에 4000여명이 몰릴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자리에 우뚝 선 열혈 팬들이다. 세계 한류 팬이 900만명, 지난해 한류를 테마로 한 여행을 위해 방한한 팬이 1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니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한류여행의 시작은 ‘한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드라마 ‘겨울연가’로 거슬러 올라간다. 드라마의 감동을 드라마 촬영지에서 직접 느끼고픈 해외 팬들이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 코레일이 서울~춘천을 오가는 한류 테마열차를 처음으로 선보인 것도 그때다. 여기에 K팝의 인기가 치솟으며 한류여행도 달라졌다. 촬영지 답사보다 콘서트와 팬 미팅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다.

이에 코레일은 K팝 한류열풍을 이끌어온 SM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한류여행 프로그램’ 공동 개발에 나섰다. 특히 오는 5월 처음으로 SM타운 브랜드를 활용한 기차여행 상품을 출시하고, SM의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관광전용열차도 지속적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그 시작이 ‘동방신기 열차’다. 그 다음으로 ‘EXO 열차’ 등 한류스타 이름을 단 열차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점심도시락을 맞보는 열차관광 탑승객들.
점심도시락을 맞보는 열차관광 탑승객들.
한류스타와 기차여행을


플랫폼에는 남도해양관광열차인 S트레인이 대기하고 있다. S트레인은 남도해양벨트의 주요 관광지를 매일 왕복하는 새로운 개념의 관광전용열차다. 좌식다례실, 카페 등 승객 중심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들뜬 표정의 팬들이 하나 둘 열차에 오른다.
열차 내부 곳곳이 동방신기 사진으로 장식돼 있다.
열차 내부 곳곳이 동방신기 사진으로 장식돼 있다.

열차의 출발을 알리는 안내 방송에 팬들의 귀가 쫑긋해진다. 일일 승무원을 맡은 동방신기의 목소리다. 서울역을 출발해 곡성 기차마을에서 동방신기와 산책, 레일바이크 등을 즐기고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다. 그렇게 곡성까지 약 6시간을 스타와 팬이 함께한다. 팬들이 설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내 방송이 끝나자 스피커에서 동방신기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던 열차 안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1호차부터 5호차까지 차례로 진행되는 팬 미팅 시간이다. 먼저 출석 체크. 출석부를 들고 나타난 동방신기가 또박또박 팬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준다. 이름 한 번 불러주는 것이 뭐 그리 큰일일까 싶지만, 스타가 내 이름을 알아주길 바라는 팬들에겐 대사건이다. “코키니스, 마유미상….” 출석을 부를 때마다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든다. 아예 벌떡 일어서 눈도장을 찍기도 한다.

다음은 깜짝 이벤트. 팬들에게 나눠준 동방신기 트럼프 카드를 추첨해 함께 즉석사진을 찍는다. 이벤트에 당첨된 한 국내 팬은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어서 휴가까지 내고 왔다. 여행 가는 기분도 내고 기념사진까지 남길 수 있어 정말 꿈만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어느새 점심시간. 스태프들은 팬들에게 따끈한 도시락을 나눠준다. 스피커에서는 어김없이 스타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팬들에겐 아무리 맛없는 도시락도 꿀맛처럼 느껴질 달콤한 멘트에 열차 안이 또 한번 떠들썩해진다.

곡성 섬진강기차마을서 추억 만들기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있는 관광객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있는 관광객들.
4시간을 달려온 S트레인이 곡성역에 들어섰다. 팬들이 동방신기와 함께 둘러볼 곳은 곡성역에서 약 700m 떨어진 섬진강기차마을이다. 오래된 간이역과 폐철로를 추억과 향수를 테마로 한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곡성의 랜드마크. 2012년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이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팬들은 동방신기와 함께 1.6㎞ 선로 위를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 레일바이크 체험에 나섰다. 동방신기가 먼저 출발하고 팬들이 그 뒤를 따랐다. 페달을 밟으며 ‘동방신기’를 외치는 팬들의 소리가 우렁차다. 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철로 한 바퀴를 돌면 탑승대기실, 열차 안에서 동방신기가 팬들을 기다린다. 열차 안 팬 사인회라 더 이색적다.

사인회 다음은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한 곡성역 앞에서 단체사진 한 컷. 팬들의 얼굴에 봄꽃보다 밝은 웃음꽃이 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곡성에 처음 왔다는 기와이 마메코 씨는 “한국에도 이런 기차역이 있는지 몰랐다. 좋아하는 스타와 함께 멋진 장소에 와서 더 기분이 좋다.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낭만이 흐르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의 한때도 잠시, 어느덧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다. 다시 열차에 오르는 팬들의 표정이 여전히 밝다. 여행 후에 남는 것이 추억이라면, 팬들은 오늘 평생 잊지 못할 추억 하나 가슴에 담아가는 건 아닐까.

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