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산부 정모씨(26)는 지난 3월 PC방에서 하루종일 게임에 몰두하다 양수가 터졌다. 산통도 잊을 정도로 게임에 중독된 상태였다. 그는 PC방 화장실에서 사내아기를 출산했다. 세면대에 있던 비닐봉지에 아이를 넣고 질식사시킨 후 봉지째 인근 화단에 버렸다. 정씨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지난 4월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 전업주부 김모씨(36)는 경제적인 어려움 탓에 3000만원의 사채 빚을 지게 됐다. 이 사실을 안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 후 고시원에서 거주하며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 김씨는 이혼 사실조차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게임만 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로 인식돼 왔던 인터넷 중독이 성인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2011년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의 인터넷 중독률은 7.7%로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캠페인 등의 영향으로 청소년층의 인터넷 중독률은 2010년 12.4%에서 지난해 9.2%로 하락했다. 그러나 성인(20~49세)의 인터넷 중독률은 2010년 5.8%에서 지난해 6.8%로 오히려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에 비해 성인의 인터넷 중독이 사회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가정 파괴뿐 아니라 가정 내 유아 및 청소년들까지 연쇄 중독이라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설명이다.

성인 중에서도 대학생(11.0%) 및 무직자(10.1%)의 중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뿐만 아니라 출산을 앞둔 임산부나 출산 후 여성들의 인터넷 중독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박덕수 행정안전부 정보문화과장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임산부나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일수록 인터넷 중독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성인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올해부터 부처별 업무조정을 통해 성인 인터넷 중독 예방 및 치료를 행안부에서 전담하기로 결정했다. 여성부는 유아 및 청소년 대상 관련 업무를 맡는다.

행안부는 성인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해 올 들어 공공·민간의 상담기관들과 게임개발업체 등이 참여하는 ‘상담기관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상담기법 공유, 상담프로그램 공동개발 등 중독자 공동치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임산부 대상으로 인터넷 및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한 ‘건강한 인터넷 가족을 위한 아름누리 임산부특강’을 실시했다. 행안부는 임산부 대상 아름누리 특강을 올해 36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장광수 행안부 정보화전략실장은 “관계부처와 함께 인터넷 중독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상담인력과 지원 프로그램을 크게 늘려 인터넷 중독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