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쓰고 파파고가 번역한 책 나온다…"세계 최초"
인공지능(AI) 챗GPT가 원고를 쓰고 번역 AI 파파고가 한국어로 옮긴 책이 다음주 출간된다. 교정교열 맞춤법 확인과 책 표지 그림도 AI가 맡았다. 출판사에 따르면 이 같은 시도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스노우폭스북스는 오는 22일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서진 스노우폭스북스 대표가 구상해뒀던 기획안을 토대로 자료 조사, 원고 집필, 번역, 맞춤법 검사, 디자인 등을 모두 AI가 했다.

서진 대표는 "논문 공저자 등은 해외에서도 있었지만 책 출간 전 과정을 AI가 도맡은 건 세계 최초"라며 "출판인으로서 '인간 저자가 쓴 책과 챗GPT가 쓴 책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앞으로 AI가 발전하면 출판 생태계 종사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는 것.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통상 수 개월에서 몇 년까지 시간이 걸린다. 번역서의 경우 그 기간이 더 늘어난다. 이 책은 인쇄를 제외하고 완성까지 걸린 시간이 총 30시간에 불과하다. 인쇄와 공정 과정을 거쳐 독자에게 첫 판매가 이뤄지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7일가량이라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창작 활동의 경우 저작권 침해, 표절 논란도 피하기 힘들다. AI는 여러 인간의 창작물을 모으고 참고해 결과물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진 대표는 "아직 논하기 참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챗GPT에게 자료 출처와 근거를 요구해 명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창조적 작업자에게는 기초적 자료 조사를 도울 유능한 팀원이 생긴 거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실 저 역시 반항심, 걱정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오히려 책을 완성한 뒤 환희와 기쁨을 느꼈다"며 "책이라는 게 단순히 자료만 모아놓는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보니 결국 지휘자는 사람일 수밖에 없단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서진 대표는 이후에는 챗GPT를 저자로 한 다른 책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했다.

책 판매가 이뤄질 경우 AI에게 인세는 어떻게 지급할까. 출판사는 인세를 정가의 3%로 책정했다. 이 인세 수입은 '챗GPT'의 이름으로 튀르키예 지진피해 성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