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류예지 씨가 한경갤러리에 출품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양화가 류예지 씨가 한경갤러리에 출품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행복이란 거대하거나 웅장한 게 아닙니다. 위대하거나 막강한 것은 더욱 아니고요. 작고 예쁜 것, 솔직한 대화, 따스한 웃음이 바로 달콤한 행복입니다.”

2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서양화가 류예지 씨(42)는 “그림은 모두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해주는 행복한 미소의 다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류씨는 홍익대 미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인천 대인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작가로 활동해 왔다.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 주제는 ‘달콤한 이야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사랑을 색채 미학으로 승화해 보는 이들에게 생생한 기운을 전해주는 근작 20여점을 걸었다. 단순하지만 원색과 파스텔톤의 조화로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주는 앙증맞은 작품들이다.

류씨의 그림에는 현란한 기교나 난해함이 전혀 없다. 대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붓놀림 같은 동화 세계를 진솔하게 보여준다. 질박한 느낌의 화면에 작가 특유의 짙은 감성과 따스함도 배어 있다.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가꾼 꽃밭, 구름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빨간 체리, 쉼없이 ‘하트’를 뿜어내는 닭달걀 등이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다가온다. 의도적으로 여백을 배치해 관람객에게 상상력의 여지도 남겨뒀다. 그림을 감상하고 떠오른 달콤한 생각을 여백에 채워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류씨가 이렇게 쉽고 동화적인 행복한 그림에 ‘꽂힌’ 이유는 뭘까. 작가는 2002년 첫 개인전에 단색화 분위기의 추상화를 내놨다. 그림을 멋있게 그리고 싶은 마음이 앞선 때였다. 추상화여서 많은 사람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어느 순간 과연 그림이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인지 회의가 왔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미술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학생들이 미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 ‘쉬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류씨가 쉽고 일상적 이미지에 집착하는 까닭이다.

행복한 이야기를 화면에 풀어내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선물하고 싶다는 류씨는 “‘그림은 영혼을 씻어주는 선물’이라는 르누아르의 명언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