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업체 바이오오케스트라가 다국적 제약사와 1조100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8억6100만 달러(약 1조1210억원) 규모 공동개발 계약을 다국적 제약사와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독점 연구 및 우선협상권(옵션), 기술수출 등이 포함됐다. 선급금 및 계약 상대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초기 표적을 대상으로 협력사와 공동연구를 시작한 뒤 점진적으로 표적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환자에게 혁신신약을 제공하기 위한 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오데아 바이오오케스트라 최고의학책임자는 “바이오오케스트라의 표적 세포로 물질을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협력사의 차세대 의약품 개발 전략과 잘 맞아 떨어졌다”며 “정맥주사 제형으로 생물학적 장벽(뇌혈관장벽, BBB)을 통과할 수 있는 우리의 기술은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강한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선도 후보물질은 전임상 단계에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BMD-001’이다. 아두헬름이나 레켐비 같은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뇌 속 독성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의약품인 것과 달리, BMD-001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SO)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특이적으로 증가하는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인 miRNA-485-3p를 저해한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투약 후 표적 miRNA가 50% 감소했으며, 뇌 속 독성단백질이 50% 이상 줄었다. 인지능력이 개선되는 것도 확인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ASO를 정맥주사로 투여한다는 점이다. RNA 치료제의 명가로 꼽히는 앨나일람은 ASO를 뇌에 전달하기 위해 척수강 주사를 이용한다. 척수강 주사는 BBB을 거치지 않고 약물을 뇌에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투여 과정에서 환자에게 심각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복 투여가 필요가 알츠하이머 등 만성질환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자체 개발한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인 ‘BDDS’로 ASO를 BBB 너머에 전달하고 있다. ASO뿐 아니라 짧은간섭RNA(siRNA), 메신저RNA(mRNA)도 뇌로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 업계는 바이오오케스트라가 협력사와 함께 BDDS를 활용한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공동개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