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가 아픈가요? 식물 잎을 촬영하고 진단 결과를 받아보세요.” 휴대폰으로 힘을 잃은 연녹색 잎을 촬영하자 비슷한 증상을 겪는 같은 품종의 식물 이미지가 화면을 채운다. 이어 ‘환경적 문제(빛·물·통풍 등)’라는 진단과 함께 초록색 진단서가 발급된다. 식물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원격으로 식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그루우가 내놓은 ‘AI 식물 진단’ 서비스다.

#2. 벤처업체 마초의사춘기는 식물 편집숍 ‘가든어스’를 선보였다. 쓸모없는 물품을 갖고 매장을 방문하면 맞춤형 화분이나 액세서리로 만들어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 식물 소분이나 중고 식물 교환도 도와준다.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반려식물을 맡기는 ‘호텔’ 서비스도 운영한다.
그래픽=김선우 기자
그래픽=김선우 기자

식물, 데이터를 만나다

반려식물 스타트업이 쑥쑥 크고 있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며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다. 식물 관리 스케줄을 짜주는 플랫폼부터 흙갈이와 화분 교체를 대행하는 비대면 업체까지 이른바 ‘식집사’(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를 겨냥한 서비스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비스 개발이 가장 활발한 영역은 데이터를 활용해 식물을 관리해주는 분야다. 권휘광 그루우 대표는 사과 농가 출신으로 창업 전까진 AI 기반 교육업체 매스프레소에서 근무했다. 식물도감, 가드닝 알람 및 스케줄링, AI 식물 진단과 같은 서비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촬영한 식물 이미지 데이터는 플랫폼 내 커뮤니티와 연계된다. 사용자가 AI로 식물 진단을 받고 나서 후기 등을 커뮤니티에 올려 식집사끼리 공유하기도 한다. 권 대표는 “앞으로 Q&A 플랫폼을 전문가와 연계한 ‘식물병원’ 서비스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려식물 스타트업 그로잉레시피 역시 데이터와 커뮤니티를 무기로 삼았다. 기존 스마트 화분이나 물 주기 센서와 달리 생육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환경별로 맞춤형 관리 방법을 제시한다. 관련 기술은 특허로 출원돼 있다. 초보자가 굳이 식물의 특성을 파악하지 않아도 생육이 가능하게 했다. 김선화 그로잉레시피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 개발자다. 김 대표는 “같은 식물을 키우는 사람끼리 플랫폼 안에서 교류하도록 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있다”며 “식물은 종과 환경마다 생육 방식이 다른데 AI는 맞춤형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반려식물 시장이 비대면 문화와 함께 성장한 만큼 이용자 문 앞까지 찾아가는 대행 서비스도 등장했다. 트리팜은 식물 관리 플랫폼 ‘식물회관’을 운영한다. 흙갈이, 화분·식물 교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화원이나 화훼단지 방문을 번거롭게 느끼는 소비자를 공략해 카카오톡 상담과 문 앞 수거 서비스도 도입했다. 일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고창완 트리팜 대표는 일본의 번성한 화훼시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식물은 집이든 사무실이든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품이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오프라인 방식의 방문 관리 형태가 전부였다”며 “트리팜은 올해 사무실 대상 구독형 식물 관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물 PC방’도 나온다

해외에선 이미 반려식물 열풍이 한 차례 불었다. 미국의 AI 기반 맞춤형 식물 관리 앱 ‘그렉’이 대표적이다. 그렉 운영사 그레가리우스는 메타·아마존·틴더 출신 개발자들이 137만여 개 식물을 관리하고 있다. 초보자용 식물, 저광도 내성 식물(빛이 적어도 생존하는 식물) 등 세부 카테고리별 반려식물을 판매하는 ‘더실’과 같은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반려식물 스타트업 가운데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놓는 업체가 늘고 있다. 식물 편집숍 가든어스 운영사 마초의사춘기는 패션 디자이너 출신 김광수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패션학교인 프랑스 에스모드파리 출신이다. 발망·구호 등에서 근무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식물을 키우며 풀었다고 한다.

마초의사춘기를 창업하고 2020년 가든어스 브랜드를 내놨다. 경기 성남에서 ‘플랜트 호텔’ 서비스도 제공한다. 식물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편의 공간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식물 카페를 PC방, 음식점 등과 합친 공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퓨는 식물 생장을 돕는 발광다이오드(LED) ‘라움생’을 선보였다. 식물 생장등을 인테리어 겸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우산 모양으로 제작해 판다. 식물 물주기 알림이도 제작한다. 심퓨 창업자인 서근혁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에 재학 중인 학생 창업가다. 서 대표는 평소 전자제품 만지기를 즐긴다. 직접 식물을 키우며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금껏 세 차례에 걸쳐 창업한 배경이다.

‘이동형 펫 장례’도 눈길

반려식물보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반려동물 스타트업들은 서비스를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펫토피아는 ‘이동형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운영한다. 이다슬 펫토피아 대표는 “반려동물 화장터는 대부분 경기 외곽 지역에 있어 운송비 때문에 큰 비용이 발생했다”며 “펫토피아는 대형 차량에 화장 시설을 갖추고, 반려동물이 주인과 함께 시간을 보낸 도심지 자택 인근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부녀가 함께 창업한 펫토피아는 2년에 걸쳐 관련 설비 차량을 구축해 창업 초창기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차량은 동물 화장터에 속할 수 없다’는 법에 가로막혀 운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통해 다시 사업 길이 열렸다.

반려동물의 발자국까지 기록하는 회사도 있다. 스타트업 에임드의 사내벤처 피리부는강아지는 이용자가 반려동물을 산책시키면 이를 앱에서 발자국 단위로 기록하고, 산책 장소 등을 추천해준다. 202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총 산책 시간은 165년가량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픈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업체 핏펫은 기존 병원 찾기 기능을 확대한 서비스 ‘케어’를 지난달 공개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14만 개의 진료 영수증과 리뷰 데이터를 활용해 선보인 검색 플랫폼이다. 앱으로 진료 예약도 가능하다.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를 돕는 플랫폼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4시간 사용자 근처 동물 전문병원을 추천해주는 ‘그랫’,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 서비스 ‘펫프라이스’ 등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