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백지화' 루머에 주가 급락
무상증자 계획 전격 발표하기도
전략적 투자 유치 적극 검토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 플랫폼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기술 상업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세계 10대 제약사 중 한 곳이 자체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알테오젠 기술을 적용해 진행 중인 임상 일정을 앞당기면서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의 추가 기술수출 계약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히알루로니다제 임상 순항 중”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사진)는 11일 기자와 만나 “2020년 ALT-B4 기술을 도입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상업화 이후 생산 로드맵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시장에 퍼진 ‘기술 반환설’과 달리 오히려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알테오젠은 협력 대상 글로벌 제약사가 어딘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미국 머크(MSD)로 추정하고 있다. 기술수출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루머에 알테오젠 주가는 하반기 들어 38% 급락했다. 급기야 회사는 이날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ALT-B4는 정맥주사(IV)로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피하주사(SC) 형태로 바꾸는 기술이다. 히알루로니다제라는 효소를 활용해 몸속에 약물이 퍼지게 한다. 약물 투여 시간이 줄어 환자 편의성이 좋다. 알테오젠과 미국 할로자임이 이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알테오젠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글로벌 제약사는 자신들의 ‘간판’ 항암제에 ALT-B4 기술을 적용해 임상 1상 중이다.
박 대표는 “상대방 요청에 따라 최근 임상 3상에 쓰일 시약을 생산해 전달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반년 정도 빠르다”고 했다. 이르면 내년 초 임상 3상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투여 방식만 바꾸는 임상이라 임상 2상은 건너뛸 수 있다.
추가 기술이전 계약도 성사 단계다. 박 대표는 “유럽 소재 다국적 제약사와 마일스톤(단계별 성과금) 규모, 로열티 조건 등 세부적인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했다. 그는 연내 최종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에서 SI 투자 타진”
박 대표는 전략적 투자(SI)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알테오젠은 약 13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해 자금을 더 확보해두자는 취지다. 알테오젠은 자회사인 알토스를 통해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ALT-L9)를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진척에 따라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며 “해외 투자사가 먼저 지분 투자 의사를 타진해와 내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전 둔곡지구 생산공장 건설 계획은 보류했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 가격이 치솟는 등 원가 부담이 커져서다. 알테오젠은 당초 12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박 대표는 “기초 설계까지 마쳤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재추진할 생각”이라며 “합작 파트너도 물색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조원을 투입한 송도 4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10년간 7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5·6공장을 건설하는 등 본격적인 ‘바이오 초격차’에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비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 부회장은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캠퍼스에서 열린 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한 것은 2015년 12월 3공장 기공식 이후 약 6년10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4공장을 점검하고 바이오 경영진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4공장은 생산능력 24만L 규모의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이다. 이날 6만L 규모 시설이 부분 가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총 42만4000L로 커졌다. 이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회사가 급성장한 것이다.이 부회장은 이날 ‘바이오 초격차’ 전략도 공개했다. 삼성은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투자해 5·6공장을 포함하는 ‘제2 바이오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했다.배성수/한재영 기자 baebae@hankyung.com
“CJ의 궁극적 지향점은 글로벌 넘버 원 생활문화기업이다.”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8년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내건 이 같은 목표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CJ제일제당 식품사업 매출이 분기당 1조원을 넘어섰다. CJ ENM이 투자하고 배급하는 콘텐츠는 해외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으로부터 분리된 직후인 1995년부터 27년간 뿌려온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CJ그룹이 K컬처, K푸드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CJ그룹은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행복·건강(wellness)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등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20조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제일제당, ‘비비고’ 앞세워 글로벌화CJ그룹의 주력사인 CJ제일제당은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서 K푸드 전파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식품 매출은 분기별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특히 브랜드 ‘비비고’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2020년부터 ‘비비고 만두’만으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비고 브랜드는 100여 개 제품이 72개국에 진출해 있다.올해 인수한 지 3년 된 미국 ‘슈완스’ 효과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CJ제일제당 식품 매출은 4조5942억원으로 해외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인 47%까지 확대됐다. 슈완스 인수 직전인 2018년 식품 매출 해외 비중은 14% 수준이었다. CJ그룹 관계자는 “슈완스 인수는 CJ제일제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식품 新성장동력 육성CJ제일제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식물성 식품 사업을 키우고 있다. 식물성 식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6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매년 평균 두 자릿수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했다. 비건 만두와 김치를 시작으로 식물성 식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소재 ‘TVP(textured vegetable protein)’를 자체 개발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을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바이오사업 부문도 그룹의 미래 먹거리다. CJ제일제당의 ‘그린 바이오(농업·식품)’ 사업은 50년 이상 축적된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라이신, 트립토판, 발린, 핵산, 농축대두단백 등 5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CJ제일제당은 바닷물에서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화이트 바이오(환경·에너지)’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에서 이 소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레드바이오(의료·제약) 부문에선 지난해 7월 인체 내 미생물을 통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인 천랩을 인수해 올 1월 ‘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바꾸며 탄탄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美 대중문화 4대 시상식 중 3개 석권국내 기업 중에선 글로벌 문화사업 부문에서 CJ가 가장 앞서 있다. CJ ENM은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4대 시상식 가운데 그래미상을 제외한 3개 상을 모두 석권했다. 이는 한국 콘텐츠 기업이 이룬 최초의 성과다.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수상해 돌풍을 일으켰다. 2013년 ‘킹키부츠’에 이어 지난해 ‘물랑루즈’, 올해 ‘MJ’ 등 뮤지컬이 잇따라 토니상을 수상했다. 올해 미국 제작 스튜디오 피프스 시즌이 제작 참여한 ‘세브란스: 단절’이 에미상을 탄 것도 큰 성과다.특히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CJ ENM이 투자·배급한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두 편이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해외 매출 비중이 1분기 38.3%, 2분기 44.5%까지 증가하며 매출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CJ ENM은 올해 경기 파주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제작 인프라를 갖춘 ‘CJ ENM 스튜디오 센터’를 열었다. 첨단 제작 인프라인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 등 총 13개 동의 스튜디오를 갖췄으며 실내 스튜디오, 야외 오픈세트 등이 한곳에 모여 있다.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아리바이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먹는 치매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의 임상 3상시험 계획을 신청(IND)했다고 11일 발표했다.AR1001은 치매 진행을 억제하고 치매 환자의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높여주는 다중기전, 다중효과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PDE5를 억제해 신경세포 사멸을 막고 세포 생성을 촉진한다. 윈트(Wnt) 신호전달체계를 활성화해 시냅스 가소성을 높이고 독성 단백질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원리다.아리바이오는 1600명을 대상으로 AR1001의 임상 3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FDA와 논의해 임상 3상 시험은 두 개로 나눠 진행한다. 첫 번째 임상 3상시험은 미국을 중심으로 8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투약군 400명에게는 AR1001 30mg를, 대조군 400명에게는 가짜약을 52주간 투여한 뒤 경과를 관찰한다. 52주 투여기간이 끝난 뒤에도 환자들은 2년 간 연장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때에는 대조군에게도 AR1001 30mg을 투여한다. 두 번째 임상 3상시험은 미국과 유럽, 한국 등 글로벌 임상시험으로 진행된다. 임상 절차는 첫 번째 임상 3상시험과 같다.올해 말 첫 임상 3상 환자에게 투약을 시작한 뒤 2025년 3분기 결과를 발표하는 게 목표다. 첫 번째 임상 3상시험에서 효과를 확인하면 두 번째 임상 진행 단계와는 별개로 미국 FDA와 허가신청(NDA)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르면 2025년 4분기에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미 FDA는 IND 신청 후 30일 안에 보완사항이나 추가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대개 추가 요청이 없으면 허가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이번 임상이 품목허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FDA가 상시 보완 요청을 할 수 있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아리바이오는 IND 신청과 함께 환자 투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임상 참여 센터를 선정하고 임상 약을 준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미국 FDA, 임상센터와 협력해 임상 전략을 세우고 상용화에 성공해 치매 극복에 역사적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