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연구본부장이 30일 대전시 대덕연구단지에서 KSTAR(한국형핵융합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윤시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연구본부장이 30일 대전시 대덕연구단지에서 KSTAR(한국형핵융합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가슴에는 밝게 빛나는 원형 물체가 있다. 미국 뉴욕시 전체를 1년간 밝힐 수 있는 전기를 만드는 인공태양(아크리액터)이다. 윤시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 연구본부장은 “현재 한국이 개발 중인 핵융합 장치를 소형화한 형태가 아이언맨의 아크리액터”라며 “핵융합에 성공하면 SF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핵심부품 ‘디버터’ 교체 작업 착수
30일 대전시 대덕연구단지 핵융합연. 연구원들이 높이 9.6m 직경 9.6m 무게 1000t에 달하는 거대한 은빛 도넛 형태의 한국형 핵융합장치(KSTAR) 주장치 점검에 한창이다. 핵심 부품 ‘디버터(열배출기)’를 텅스텐 재질로 교체하기 위해서다. 윤 본부장은 “텅스텐 디버터 설치가 완료되면 핵융합 발전을 위해 1억 도 플라즈마(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상태) 출력을 24시간 제어할 준비가 끝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와 같다.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KSTAR 주장치 외부와 중간재는 스테인리스강과 순은으로, 내부 타일과 하단 디버터는 현재 고순도 탄소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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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탄소가 플라즈마에 의해 조금씩 침식된다는 점이다. 불순물인 메탄도 발생시킨다. 현재의 탄소 재질 디버터로는 1억 도 플라즈마 제어를 30초까지 진행하는 것이 한계다. 제어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열에 강하면서도 플라즈마에 깎이지 않는 소재를 개발할 필요성이 커졌다. 핵융합연은 이에 수년간 열과 플라즈마 침식에 강한 금속인 텅스텐으로 디버터를 제작하는 연구를 해왔다.
○“1억 도 24시간 운전 준비 착수”
핵융합연은 이날 기존에 부착돼 있던 센서 등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해체 작업을 완료하고 이어 장치 하단에 텅스텐 재질 디버터 블록 64개를 원형으로 줄지어 설치한다. 대형 안마의자와 비슷하게 생긴 디버터는 개당 무게가 1t에 달한다. 국내 연구설비 전문업체 비츠로테크에서 제작했다.

내년 8월 설치가 완료되면 각 텅스텐 디버터는 10㎿ 이상의 에너지를 견딜 수 있다. 현재 설치된 탄소 재질 디버터가 견디는 에너지의 두 배가 넘는다. 4인 가족 기준 460가구에서 한 달간 쓸 수 있는 전기 에너지에 맞먹는다. 이후 내년 10월부터 시운전을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제어 시간을 늘린다. 2026년 300초 제어가 현재 목표다. 과학계에서는 ‘1억 도 300초’ 제어에 성공하면 핵융합 발전의 필수 조건인 24시간 제어가 사실상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연구, 세계 핵융합연구에 중요 자료”
핵융합은 미래 핵심 에너지 기술이다. 무거운 원자핵의 우라늄 등을 분열시켜 에너지를 얻는 핵분열과 달리 방사능 배출 우려 없이도 막대한 에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핵심 원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다. 바닷물 등에서 무한하게 얻을 수 있다. 욕조 한 개 분량의 바닷물이면 가정집에서 80년간 쓰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1억 도까지 올라간 플라즈마 중심부에 가로세로 1㎝의 작은 중수소·삼중수소 고체 알갱이를 초속 100m 이상의 빠른 속도로 발사하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강한 열로 고압의 수증기를 발생시킨 뒤 터빈과 이어지는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핵융합 연구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과학 분야 중 하나다. 해외 연구를 따라가는 다른 과학 분야와 다르다. 핵융합연은 2008년 6월 첫 플라즈마를 0.249초간 방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시간을 늘렸다. 현재 1억 도 30초 제어까지 성공한 한국의 기록은 세계 신기록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핵융합 연구를 하고 있는 선진국들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7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도 참여하고 있다. 윤 연구본부장은 “텅스텐 디버터가 KSTAR에 성공적으로 장착되고 300초 운전에 성공하면 ITER에서 참고할 중요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