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기하학 400년 난제 풀어낸 김민형 英 옥스퍼드대 교수 "배울만한 수학은 모두 어렵기 마련"
“배울 만한 수학 내용은 모두 어렵기 마련입니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낀다 해도 그 이유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려운 내용을 빼 ‘골다공증’에 걸린 한국의 고교 수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유래된 대수기하학의 400여 년 난제를 2010년 ‘위상수학’ 기법으로 풀어 세계가 주목하는 수학자 반열에 올랐다. 포스텍 석좌교수, 서울대·이화여대 초빙석좌교수 등을 지내며 일찍이 주목받던 그는 이 학문적 성과로 2011년 옥스퍼드대에 스카우트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자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차남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문맹(文盲)도 각국이 지금 수준으로 퇴치하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했듯이 수학적 지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어느 정도 깊이로 어떻게 배울까(가르칠까)를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선형대수(행렬·벡터)와 미분·적분은 될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어렵다는 이유로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많은 미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수학자는 연구에 어려움이 없을까.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너무 어렵다는 느낌에 시달린다”면서도 “전혀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운 느낌을 점차 맑은 이해로 바꿔가는 경험이 즐겁다”고 말했다. 또 “나와 비교할 수 없지만 아인슈타인도 과학적 사고가 어렵다는 말을 항상 되뇌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어렵다는 이유로 수학 교육과정 해체에 수십 년째 골몰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교육계 등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김 교수는 “수학은 사물에 대해 ‘명료하고 정확하게’ 사고하기 위해 체계적인 언어와 개념적 도구들을 수천 년 동안 축적해왔고, 지금도 적용범위를 전방위로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를 겸하고 있는 그는 수시로 한국을 오가며 ‘수학의 세계’를 알리는 대중 강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펴낸 저서 <수학이 필요한 순간>에서는 “미적분학은 물리학, 생물학, 공학 등 모든 측면에서 사용되고 있고 최근엔 인공지능(AI) 기계학습과 최적화 알고리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중요한 수학 이론은 점점 일반인의 상식이 돼왔다”고 적었다. “확률과 통계, 대수학, 기하학의 많은 내용은 앞으로 초등학교에서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엔 ‘수학이 필요한 순간 2부’를 발간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대수학 분야인 정수체계만 사용하는 ‘산술 기하’와 일반 기하를 매끄럽게 연결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로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대에서는 올해 ‘대수적 곡선론’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19세기 리만기하학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구축됐듯, 기하학이 세상을 바꾸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확산 중인 ‘AI 의료기술’의 주요 밑바탕 중 하나가 대수기하학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