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매출 16년 만에 3만배 키운 힘은 '유통 네트워크'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밋은 2011년 5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4개 기업을 ‘갱 오브 포(gang of four)’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사인방, 사대천왕쯤 되는데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얘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삼성전자 같은 최고의 IT기업들이 빠진 이유는 뭘까요. 슈밋은 네 기업의 차별점을 ‘네트워크’에서 찾았습니다.”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가을학기 세 번째 시간. ‘아마존에서 배우는 시장의 미래’ 강의를 맡은 노상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인터넷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아마존이라는 회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유통업체 아마존

아마존 매출 16년 만에 3만배 키운 힘은 '유통 네트워크'
제프 베저스 아마존 회장은 1994년 이 회사를 설립해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아마존은 작년 매출이 611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유통기업이다.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상품 유통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로 가장 높고 책을 포함한 미디어 사업이 33%, 클라우드컴퓨팅 등 기타 부문이 4%를 차지한다.

“아마존은 국내의 옥션이나 11번가처럼 전자상거래의 장(場)만 제공하는 서비스인 ‘오픈마켓’ 비중이 15%가량으로 상당히 큽니다. 오픈마켓의 매출은 수수료만 집계되기 때문에 일반 유통업체와 비교할 때는 매출 대신 거래 규모라는 개념을 씁니다. 아마존의 작년 거래 규모는 970억달러로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매출이 4469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네다섯 배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5년 뒤면 아마존이 월마트를 따라잡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강의가 끝나고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업이익률 1%지만 시총은 1240억달러

아마존 매출 16년 만에 3만배 키운 힘은 '유통 네트워크'
아마존의 매출은 611억달러에 이르지만 영업이익은 6억7000만달러로 영업이익률이 1%가 조금 넘는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1240억달러로 한화로는 130조원을 넘는다. 국내 증시에 상장하면 삼성전자(215조원)에 이어 2위 규모다.

“아마존의 시총은 최근 3년 사이 두 배 커졌습니다. 영업이익률 1%인 기업의 시총이 어떻게 이렇게 커질 수 있을까요. 다음 그림을 보시면 조금 이해가 가실 겁니다.”

노 교수는 강의실 화면에 아마존의 매출 추이 그래프를 띄웠다. 그래프는 1996년 2000만달러에서 작년 611억달러까지 16년 만에 3만배 이상 커지는 우(右)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2009년 245억달러, 2010년 342억달러, 2011년 481억달러 등 최근에 기울기가 더 가팔라졌다.

“매출이 3만배 커진 것도 대단하지만, 최근 매출이 커지는 속도가 떨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가 좀 이해가 가시죠? 그리고 이 그래프에는 매출이 급격히 커지던 해에 아마존이 했던 혁신이 같이 표기돼 있습니다. 아마존의 혁신을 잠시 살펴보시죠.”

○혁신할 때마다 매출 급성장

아마존은 1996년 전자상거래업체 최초로 ‘어소시에이트(associate·동료)’ 개념을 도입했다. “나중에 제 블로그(www.organicmedialab.com)에 와보시면 제가 참조한 책들이 아마존 인터넷서점으로 링크돼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제 블로그를 통해 아마존에 가서 책을 사면 저한테 수익의 4%가 떨어집니다. 일종의 책 광고를 대신해주는 개념인데, 더 중요한 것은 제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어소시에이트를 통해 아마존이라는 네트워크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은 2000년 오픈마켓 서비스를 도입했고, 2002년에는 오픈마켓 등 기업 전자상거래 시스템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웹서비스’를 시작했다.

“웹서비스는 아마존이 갖고 있는 고객과 상품 데이터를 수수료만 내면 누구나 사용하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구글이 지도 서비스를 누구나 쓸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하죠. 처음에 아마존이 웹서비스를 오픈할 때 제정신이 아니라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최고의 경쟁력을 열어버리는 거니까요. 그러나 아마존은 웹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마존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수수료를 챙기는 회사라는 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2009년에는 추가 요금을 내면 주문한 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미국 주요 도시를 커버하는 수준이지만, 현재 미국 전역에 70개의 물류센터를 짓고 있어서 곧 당일 배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 중에는 이렇게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더 싸게, 더 다양하게, 더 편리하게

“아마존의 전략은 저렴한 가격, 다양한 상품, 편리함 등 세 가지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으신 것 같죠?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월마트는 이 전략으로 다른 양판점들을 모두 꺾었습니다. 아마존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다만 월마트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상품을, 더 편하게 팔고 있습니다. 월마트가 공급하는 상품 종류가 약 10만 가지라고 합니다. 아마존은 책만 300만종류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상품까지 합하면 1000만종류라고 합니다. 월마트의 100배죠. 인터넷 쇼핑이 불편하다는 분들도 물론 있습니다. 물건을 직접 볼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직장에 배달되는 택배만 봐도 인터넷 쇼핑 시장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 아실 겁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 중에서 가장 쉽게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노 교수는 이어 수강생들에게 두 개의 수학 문제를 냈다. 1번은 ‘∞(무한대)×0=?’, 2번은 “∞×0.000…1(아주 작은 수)=?’이다.

“1번의 답은 0입니다. 2번은? 무한대죠. 아마존이 물건 한 개를 파는 데 수수료가 평균 10%라고 합니다. 오프라인 소매상에서 10% 남기면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죠. 그러나 아마존은 하루에 2000만개 이상 물건을 팔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팔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격이 낮더라도 많이 팔아서 지속가능한 이윤을 내는 것이죠.”

○유통 네트워크 구축


노 교수는 아마존을 ‘연결된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재화를 거래하는 기반인 시장이 인터넷을 통해 물리적·시간적인 제약을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도서 유통에서 전통적인 시장의 거래 관계가 저자-출판업자-서점-소비자로 이어지는 일방적인 ‘체인’ 형태라면 연결된 시장의 서점은 저자와 출판업자, 서점, 소비자뿐 아니라 책을 구경하는 사람까지 한 공간에서 연결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서점은 책을 장르별로 구분해 놓고 베스트셀러 코너도 따로 마련해 놓습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죠. 우리는 책의 가격과 정보를 모아 어떤 책을 살지 결정합니다. 아마존은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아마존에서 어떤 책을 검색하면 책 가격과 함께 셀러의 책 소개, 수많은 독자들의 평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산 사람이 추가로 산 다른 책, 그 책을 검색한 사람이 추가로 검색한 다른 책도 볼 수 있습니다. 어소시에이트의 인터넷 사이트에도 가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평가를 쓰거나 별점을 매기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쇼핑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죠.”

노 교수는 아마존의 네트워크가 실제 물리적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쇼루밍(showrooming)’이라는 현상을 소개했다. “아마존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프라이스첵’을 스마트폰에 깔고 월마트에 갑니다. 월마트에서 상품을 보고 바코드를 프라이스첵에 찍으면 그 상품을 가장 싸게 파는 곳의 리스트가 나옵니다. 대부분 아마존이겠죠. 클릭하면 곧바로 주문이 됩니다. 월마트가 아마존의 상품진열대(쇼륨)가 된다고 해서 쇼루밍이라고 합니다. 쇼루밍을 통해 월마트가 아마존의 공간이 됩니다.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공간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제품이 아닌 정보를 팔고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아마존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노 교수의 설명이다. 페이스북의 콘텐츠를 페이스북이라는 회사가 아닌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만드는 것처럼, 아마존이 파는 상품에 대한 콘텐츠를 판매자와 구매자 등이 함께 만들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전자책인 킨들에는 밑줄을 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책을 보다가 같은 부분에 밑줄을 치면 그 부분이 그 책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자동으로 소개가 됩니다. 새로운 정보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SNS의 특징은 따라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어떤 회사가 엄청난 투자를 해서 페이스북이나 아마존과 똑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동안 쌓인 네트워크를 단번에 만들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보신 것처럼 아마존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소매 기업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돈을 버는 비즈니스를 합니다. 대부분 연결은 공짜로 해주고,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연결돼 거래가 발생할 때만 수수료를 받는 사업입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