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년 호주산불 분석결과 사이언스 게재

2019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호주 남동부 삼림을 태운 산불 연기로 인해 수십㎞ 상공의 대기가 변하고 몇 달 동안 남반구 전역의 오존층 두께가 얇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당시 산불이 지구 전체의 오존층을 파괴했고 그로 인해 인체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오존층은 지상 15∼30㎞ 높이에서 태양으로부터 방사되는 자외선을 흡수한다.

자외선은 살아 있는 세포를 손상하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오존층이 얇아지면 피부암과 백내장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이 오존층 해친다"…기후변화 연쇄 악영향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존층이 10% 줄어들면 지구 전체적으로 피부암 환자가 30만4천500명 늘어날 수 있다.

또 자외선에 노출되면 양서류가 발육 장애를 일으키고 식물 성장도 지장을 받는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19∼2020년 소위 '검은 여름'의 산불로 인해 축축한 연기 입자가 대기를 적시면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오존층을 잠식했다.

버지니아의 노퍽에 있는 올드 도미니온대학 대기화학자로 이번 연구 보고서 공동 저자인 피터 버나스 씨는 "우리는 전례 없는 대기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성층권으로부터 품어져 나오는 연기가 이런 변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버나스 박사 팀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 1∼12월 기간 남반구 중위도 지역 오존층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지역 오존층은 2020년 4월부터 엷어지기 시작했고 원래 상태로 복원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버나스 박사 팀은 또 이 기간에 오존을 파괴하는 염소 화합물이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산불이 오존층 해친다"…기후변화 연쇄 악영향
이번 연구는 이달 초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의 연장선에 있고 이 연구를 확증하는 것이라고 WSJ은 논평했다.

이달 초 발표된 연구를 주관했던 수전 솔로몬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기화학 교수는 "두 개 보고서는 산불이 대기 중 오존에 영향을 끼친다는 위성 측정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솔로몬 박사는 버나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분명 이들 산불은 우리가 충분히 알아내지 못한 화학적 변화를 초래했으며, 그로 인해 염소가 활성화돼 평소보다 더 많은 오존 손실을 초래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솔로몬 박사팀의 연구에서는 2020년 3월 남반구 중위도 지역의 오존층이 1%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버나스 박사도 솔로론 박사 연구팀의 일원이었다.

유엔 주관으로 모인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지구 전체적으로 기온이 오르고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잦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주목을 받는 '귀속 연구'를 통해 기후 변화 때문에 '검은 여름' 기간에 호주 산불 피해가 가중됐다고 봤다.

'귀속 연구'는 엄밀한 수학적 방법으로 기후 변화가 산불과 같은 극단적 기상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극심한 산불 발생 빈도가 30%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는 산불 발생 기간과 피해 면적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8년 미국 국가기후평가보고서(NCA)에 따르면 1984년부터 2015년 사이에 미국 서부 지역 산불로 소실된 삼림 면적이 두 배로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