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오랫동안 뜸을 들인 끝에 24일 발표한 중동평화안에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앞서 제의했던 내용들이 빠져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파월 장관에게 팔레스타인 임시국가 창설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파월장관이 두달 전 제의했던 국제평화회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예상과는 달리 파월장관을 중동지역에 파견해 평화안에 대한 지역지도자들의 합의를 구하려는 계획도 발표하지 않았다. 많은 국무부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발표내용에 파월장관의 중동파견과 국제평화회의가 당연히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부시는 "나는 파월장관에게 중동 및 국제 지도자들과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팔레스타인의 개혁과 제도확립을 지원하는 포괄적인 계획에 힘을 모으도록 요청했다"라고 막연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부시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파월장관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과 함께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었으나 이들 두 사람의 이름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파월장관이 무시당한 것으로 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평화회의나 중동순방 구상이 폐기된 것은 아니라면서 파월장관이 내주에라도 중동 순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의 강경한 연설 어조로 볼때 럼즈펠드 장관이나 딕 체니 부통령 등 정부내 보수파 의견이 부시대통령에게 먹혀들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부시대통령은 새로운 팔레스타인 지도부 선출과 대대적인 개혁을 임시국가지원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면서도 이같은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이스라엘이 한 치라도 양보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럼즈펠드장관과 체니부통령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더 이상 팔레스타인을 합법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데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의견의 일치를 보고 아라파트를 완전히 밀어내는 방향으로 강력히 움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온건 성향의 파월장관은 아라파트가 최소한 현재로서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팔레스타인의 지도자임을 강조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해 요구하는 만큼 이스라엘에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무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방적인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 부시의 평화안을 팔러 다녀야 할 파월장관의 입장이 특히 유럽과 아랍권에서는 난처하기 그지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이런 안을 확신시키는데는 어마어마한 개인적 설득력이 필요하다"며 "파월장관에게는 전혀 내키지 않는 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