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석유시장이 이라크 돌출변수로 흔들리고 있다.

이라크군의 무력시위로 이달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던 이라크산 원유수출
계획이 무기한 연기돼 유가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탓이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무력도발 발생 다음날인 1일
이라크산 원유수출재개 지침안 시행을 보류키로 결정한 것.

석유수출통로인 북부 아르빌지역의 긴장 고조로 수출감시단을 파견할 경우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엔은 이와 함께 지난주 바그다드에 파견한 14명의 수출감시단도 금주내에
소환키로 했다.

이로써 식량및 약품구매차원에서 6년만에 수출재개가 기대됐던 하루
70만배럴분량의 이라크산 원유를 당분간 시장에서 접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가 주말 휴일 기간중 발생,시황에 즉각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최근의 유가강세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이날 석유수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점령지에서 철군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석유수출지연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그렇다면 후세인은 당초 이런 사태를 예측 못하고 원유수출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군사도발을 감행했을까?

전문가들은 후세인이 적어도 정치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
한다.

후세인은 이번 무력침공으로 자신이 군부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자신의
권위에 대한 어떤 도전도 응징하겠다는 점을 이라크국민과 서방측에 과시
했다고 한 서방 외교관은 지적한다.

이라크군이 점령한 아르빌시는 이라크와 터키를 연결하는 송유관이 통과
하는 요충지역.

걸프전이후 서방측으로부터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쿠르드족이 지배해
왔다.

그러나 이 지역의 쿠르드반군은 친이란계인 쿠르드애국동맹(PUK)과
친이라크계인 쿠르드민주당(KDP)으로 분열, 지난 94년5월부터 유혈충돌을
벌여 지금까지 2천2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도 이라크군이 이들 세력의 알력을 교묘하게 이용, 석유수출로
확보를 목적으로 탱크를 앞세워 전격 침입함으로써 비롯됐다.

이라크정부는 공격이유로 PUK가 아르빌지역의 파이프라인을 통제, 국경무역
에서 생기는 이익을 가로채고 구호물품확대 요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라크는 앞으로 철군하기전에 이 지역의 통제권을 자국에
우호적인 KDP에게 이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하자면 이라크는 쿠르드족의 1개 파벌에 대해 무력행위를 가한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국과 서방국가가 이라크에 전면금수조치를 취하기는
명문이 약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후세인은 자신에 반대하는 쿠르드를 퇴치하는 한편 대서방에 국내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정치적 경고장을 던졌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식량구매용 원유수출 연기로 이라크국민들의 생활고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수출이 임박한 시점에서 나온 돌발사태로 시장의 충격은 예상외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이라크북부 국경지역에는 인접 터키와 이란정부가 군대를 파견했다
는 소문이 나돌고 있고 클린턴미대통령은 즉각 걸프주둔 미군에 경계태세
강화지시를 내려 놓고 있어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