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도 눈도장 찍었던 곳…콘서트장 변신하는 골프장
지난해 5월 26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골프장 서원밸리(회장 최등규)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4만5000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몰렸다. 골프대회가 열려서가 아니었다. ‘서원밸리 자선 그린 콘서트’(사진)를 관람하기 위해 온 이들이었다. 콘서트 무대에 오른 아이돌 그룹 워너원, 빅스, 구구단 등을 직접 보기 위해 몰려든 외국인 관광객만 3000여 명에 달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콘서트가 오는 25일 서원밸리에서 열린다. 그룹 AB6IX, 슈퍼주니어(이특·신동), 가수 백지영, 청하, 왁스, 알리 등 23개 팀이 출연한다.

올해로 17번째 열리는 ‘자선 그린 콘서트’의 누적 관객은 40만9000여 명에 달한다. 해외에서 한류 팬이 찾아오는 대형 콘서트로 성장했다. 3년 전에는 세계적인 톱그룹으로 우뚝 선 방탄소년단(BTS)도 출연했다.

골프장이 이런 콘서트를 여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콘서트 당일 영업을 하지 않는 데다 인파에 밟힌 잔디를 관리하느라 해마다 5억~6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콘서트를 지속하는 것은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문화공연에서 소외된 골프장 인근 군부대 장병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시작한 행사는 어느새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행사 당일 인근 식당과 편의점, 주유소 등 지역 업체들이 얻는 경제 효과만 1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석호 서원밸리 대표는 “골프장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정착했다”며 “콘서트 등 문화 행사를 추진하려는 다른 골프장들이 벤치마킹하러 자주 온다”고 말했다.

콘서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장타 대회나 패밀리 퍼트 대회뿐 아니라 씨름대회, 4행시 짓기, 연날리기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행사도 한다. 골프용품 할인 행사와 먹거리 장터 등도 펼쳐진다. 수익금은 전액 파주지역 보육원과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지금까지 6억원가량이 전달됐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