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상장사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큰 폭 하락한 가운데 행동주의펀드나 소액주주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상당수 기업은 자사주 매입 발표 후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등 주가 부양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사주 매입 규모 급증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사주 취득 결정을 공시한 기업(신탁계약 포함)은 36곳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조981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34개 기업이 1조154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기업 수는 5.8% 늘었는데 매입 규모는 71.7% 급증한 것이다.
를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KT&G는 자사주 매입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25%는 오히려 주가 하락
통상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다 유통 주식이 줄면서 주당순이익(EPS)이 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36개 기업 중 9곳(25%)은 오히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주가가 5% 이상 떨어졌다. 신한지주는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지난달 8일 이후 주가가 13.8%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KB금융(-10.4%) 하나금융지주(-11.7%)도 두 자릿수 떨어졌다. 은행주는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주에는 벤처캐피털(VC) LB인베스트먼트와 신약 개발사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한다. 애초 틸론과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13~14일 일반청약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아 일정이 연기됐다. KB스팩24호는 수요예측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다.범LG 계열 VC인 LB인베스트먼트는 13~14일 수요예측을 한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모집할 금액은 약 200억원(461만 주)이다. 희망 공모가는 4400~51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 자금은 신규 펀드 출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융합 단백질을 이용한 신약 개발 전문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오는 15~16일 수요예측을 한다. 희망 공모가는 1만6000~2만1000원을 제시했다. 예상 시가총액은 3521억~4621억원이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맡았다.공모자금은 회사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GI-102의 임상비용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GI-102는 면역세포가 불충분한 암환자 가운데 면역항암제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를 위해 개발하는 신약으로 CD80과 IL2v3의 이중 융합을 통해 항암 활성을 극대화한다.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전기자동차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12일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주 주요 2차전지 ETF 주가는 2021년 11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TIGER 2차전지테마’와 ‘KODEX 2차전지산업’은 올 들어 각각 39.5%, 36.2%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들 ETF는 에코프로비엠,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국내외 전기차기업에 폭넓게 분산 투자하는 ‘TIGER 퓨처모빌리티액티브’는 올해 들어 25.4% 상승했다.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 테마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은 부담이지만 고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줄곧 하락하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이달 들어 반등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2차전지 재사용 기술에 특화한 ETF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KBSTAR 배터리리사이클링 아이셀렉트’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37.1%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에코프로, 성일하이텍, 코스모화학, 새빗켐 등이 주요 편입 종목이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은 “2차전지 ETF의 영역이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의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이제 게임주에 투자할 때는 타이밍이 아니라 밸류에이션을 보라.”게임주 투자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초대형 신작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게임 K뉴딜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8.44% 떨어졌다. 이 지수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10대 게임주 가격을 반영한 것이다.같은 기간 코스피지수(-0.76%)는 물론 인터넷(-5.76%) 반도체(-3.26%) 등 다른 성장주에 비해서도 하락폭이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과거에는 신작 출시 일정이 정해지면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하고, 그 구간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게임주의 일반적인 투자 전략이었다”며 “최근 주가 움직임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성장한 2017년 이후 게임주 투자자들은 신작 출시 일정에 맞춘 ‘모멘텀 플레이’로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예컨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같은 유명 지식재산권(IP)일수록 흥행 기대가 선반영돼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지난 2~3년 새 대형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2’,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게임이 출시되기 전 기대에 의존해 주가가 상승하는 구간은 사라지는 추세”라며 “타이밍을 중시하는 단기 투자에서 벗어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작은 가격대에 매수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대형 게임회사들은 올해 다양한 신작을 준비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상반기 ‘쓰론 앤 리버티(TL)’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4종의 신작 게임을 내놓는다. 넥슨은 올초부터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프라시아 전기’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0년 만에 적자를 낸 넷마블은 올해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 ‘하이프스쿼드’ 등의 새 게임으로 실적 회복을 노린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해외 게임 시상식을 휩쓴 ‘P의 거짓’을 하반기 정식 출시하는 네오위즈 등이 기대주로 꼽힌다.한국투자증권은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을 저평가 게임주로 추천했다. 올해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산정한 주가수익비율(PER)이 엔씨소프트는 17.8배, 크래프톤은 14.6배까지 내려온 점을 투자 이유로 꼽았다. 정 연구원은 “대형 게임사들은 2025년까지 크고 작은 신작을 모바일, PC, 콘솔 등 모든 플랫폼에 출시할 예정이어서 장기적으로는 실적과 주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지난 10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39만6000원, 크래프톤은 16만1900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에 비해 각각 7.48%, 5.98% 하락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1500억원 안팎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