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기대 이하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3일 급등했다. 네이버도 부진한 실적을 내놨지만 ‘네이버판 챗GPT’인 서치GPT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이날 5.67% 상승한 22만35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도 4.19% 오른 6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애플과 알파벳이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각각 3.2%, 4.6% 급락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오름세를 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들어 각각 25.91%, 26.55% 급등했다. 지난해 내내 주가 조정 원인으로 작용한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올 들어 둔화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성장주는 금리가 상승하면 할인율이 높아져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반대 상황에선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커진다.
네이버도 이날 부진한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급등한 것은 서치GPT 출시 계획을 내놓은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생성형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며 “올 상반기에 네이버만의 업그레이드된 검색 경험인 서치GPT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국내 플랫폼산업을 대표하는 두 종목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단기 주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상승론자들은 지난 1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을 언급해 올해 금리 인상 속도 둔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추세적 반등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Fed가 연말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은 성장주에는 최대 호재”라며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사업부 가치가 주가에 거의 반영되고 있지 않은 점도 주가 하락을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빅테크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점은 단기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28.5배, 50.2배다. 애플,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등은 PER이 18~23배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네이버가 ‘서치 GPT’ 출시 계획을 밝혔다. AI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내외 빅테크들의 경쟁도 달아오르는 분위기다.○네이버, 검색에 AI 전면 도입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생성 AI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상반기에 네이버만의 업그레이드된 검색 경험 서치 GPT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네이버는 2021년 개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자사 서비스에 활용 중이다. 네이버 쇼핑의 상품 소개 문구를 작성하거나 회의록을 요약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쓸 수 있다. 하이퍼클로바를 손쉽게 쓸 수 있는 노코드(no code) 툴 ‘클로바스튜디오’를 만들어 스타트업 등에도 제공하고 있다.최 대표는 “네이버는 한국어로는 가장 고품질의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사업자일 뿐 아니라 거대 AI 모델로는 세계 정상급 기술을 자부하는 한국 최고의 검색·AI 기술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생성 AI의 단점으로 꼽히는 신뢰성과 최신성 부족, 해외 업체의 영어 기반 개발 모델을 한국어로 번역함으로써 발생하는 정확성 저하를 풍부한 사용자 데이터와 기술·노하우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했다.서치 GPT는 챗GPT처럼 대화형 챗봇은 아니다. 검색 결과를 현재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서울 지하철 요금과 같이 정보가 요약된 답변이 필요한 검색은 신뢰도 높은 최신 콘텐츠 데이터를 출처와 함께 요약하는 식이다. 노트북을 싸게 구매하는 방법처럼 조언이 필요한 검색도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답변을 제시해 검색 결과의 품질과 이용자 콘텐츠 소비 경험을 향상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서치 GPT에 대한 내부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처음부터 네이버 검색 서비스에 적용하기보다는 베타 서비스로 별도 오픈하고 이후 이용자 만족도에 따라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다른 국내 기업들도 생성 AI를 활용한 서비스 상용화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대화형 AI 서비스 ‘에이닷’의 활용 범위를 서비스 추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KT는 상반기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믿음’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LG AI 연구원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학습한 멀티모달 AI ‘엑사원’을 산업현장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텍스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앱 ‘비디스커버’를 출시했다.○구글도 곧 챗GPT 대항마 선보여현재 국내외 빅테크 가운데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2019년부터 꾸준히 투자해왔다. 지난달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MS의 소비자 및 기업용 제품에 오픈AI의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서 오픈AI의 대규모 언어 모델인 GPT-3.5와 이미지 생성 모델 달리2(Dall-E2) 등을 도입했다. 조만간 검색 서비스인 ‘빙’에 챗GPT 기능도 추가할 전망이다.오픈AI 역시 지난 1일 미국에서 챗GPT의 유료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매달 20달러(약 2만4000원)를 내는 구독형 서비스로 이용자는 피크 타임에도 우선 챗GPT에 접속할 수 있고, 응답 속도도 더 빠르다. 조만간 기업이 자체 앱에 챗GPT를 적용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도 내놓을 계획이다.구글도 챗GPT의 대항마를 선보인다. 대규모 언어 모델 ‘람다’를 활용한 챗봇 ‘견습 시인(Apprentice Bard)’을 테스트하는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견습 시인은 챗GPT와 비슷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답변이 가능하다.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2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AI 여행을 이제 시작하는 중”이라며 “아직 정점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CNBC는 “구글은 그동안 AI의 선구자라고 자부해왔지만, 챗GPT의 등장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챗GPT 같은 생성 AI는 더 복잡한 질문에도 창의적인 답변을 할 수 있어 인터넷 검색 모델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전했다.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다음달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3일 밴(VAN)사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이날 한국정보통신은 전일 대비 25.96% 오른 1만5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상한가(1만627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다른 밴사인 나이스정보통신(3.54%)과 KG이니시스(3.09%)도 강세를 보였다. 밴사는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하는 부가통신사업자다.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증권업계에서는 고공행진하는 물가가 밴사에 또 다른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밴사 수익은 거래금액과 연동하기 때문이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영향으로 카드 거래 건수가 기대에 못 미칠 우려가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에 힘입어 올해 안정적인 외형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근접무선통신(NFC) 유심칩을 생산하는 이루온(9.59%) 주가도 이날 급등했다. 애플페이가 활성화되려면 가맹점에 NFC 결제 단말기가 많이 깔려야 한다.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는 다음달 초 NFC 단말기를 갖춘 곳부터 시작될 전망이다.지난해부터 큰 관심을 받아온 ‘애플페이 테마주’에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국내 간편결제 시장 규모와 구도를 감안할 때 애플페이 상륙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융 플랫폼 시장의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앞두고 거세진 ‘외풍’이 KT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KT는 3일 증시 개장 직후 5.19% 급락해 3만2900원까지 밀렸다. 이후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1.15% 내린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하나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KT의 경영 불안에 대한 걱정이 엄습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KT 투자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했다.이 증권사는 지난달 KT 매수를 강력하게 권하는 보고서를 다섯 차례 냈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해 ‘2기 체제’에 들어가면 배당 정책이 유지되고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낼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드시 2월 전 매수해야 한다”(1월 10일), “2월이면 늦다”(19일), “2월에는 호재가 연발한다”(31일) 등의 표현이 담겼다. 하지만 이날 하나증권은 KT에 대한 ‘컨빅션 바이(매수 적극 추천)’ 투자의견을 철회하고, 통신주 톱픽(최선호 종목)을 LG유플러스로 교체했다.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갑자기 의견을 바꾼 이유는 3월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연임이 확정돼도 경영 불안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사라”에서 “팔라”로 돌변한 보고서가 투자자에게 혼란만 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