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도 외국인이 23거래일 연속 러브콜 보낸 종목은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약세에도 한 달간 약 3조5000억원어치를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인 가운데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는 23거래일 연속 LG에너지솔루션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힘입어 주가가 연내 50만원대를 넘어설지 주목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48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이 13년4개월 만에 1340원선을 돌파하는 등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원화 약세가 심화됐지만 외국인은 개의치 않았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의 순매수 1위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9717억원)이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23거래일 연속 하루도 빠짐없이 LG엔솔을 사들였다. 덕분에 주가는 20.1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22% 빠진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7월 초까지만 해도 30만원대로 밀렸던 주가가 5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9시 7분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을 전일 대비 5000원(1.09%) 오른 46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상승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안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보조금 지급 등에 약 3690억달러를 투자한다. 전기차 보급 확대 소식에 배터리 업계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단 배터리가 북미에서 생산되거나 북미에서 최종 조립이 완료되는 전기차만이 혜택 대상이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이미 갖췄다. 2025년까지 총 540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인데 이중 45%가 북미에 집중됐다.

물론 배터리의 중국산 원재료·부품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 있다. IRA에는 배터리 부품·소재의 중국산 비중이 일정 수준 아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중국 의존도는 수산화리튬 83%, 코발트 87%, 망간 99% 수준으로 추정된다. 부품·소재도 만만치 않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배터리 필수 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의 중국 의존도는 각각 85.3%, 72.5%에 달했다. 배터리 전구체도 90% 이상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단기간 내 의존도를 낮추긴 어렵겠지만 업계에선 국내 업체들의 이미 수직계열화 등을 통해 IRA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주가 상승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엔솔은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북미 지역에서의 중장기 소재 현지화율 목표(양극재 30%, 음극재 30%, 분리막 60%, 전해액 100%)를 발표했는데, IRA의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양극재, 음극재 현지화율을 더 높여야 한다"면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3사중 가장 활발하게 업스트림지분 투자 및 장기공급 계약 확대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벌칸에너지, SQM 등 글로벌 광물 업체들과 직접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고 조인트벤처·컨소시엄 구축을 통해 소재 공급망을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의 심화로 한국은 미국의 우방국 위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프랜드쇼어링'의 수혜국"이라며 "IRA는 중국에서 생산된 소재와 부품을 배제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은 한국의 배터리 3사 정도"라고 분석했다.

2분기 부진했던 실적이 3분기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후 메탈 가격 상승분이 배터리 판가에 전부 반영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6%포인트 상승한 5.9%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 매출액은 21조4190억원, 영업이익은 1조25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0%, 영업이익은 63.6% 증가한 추정치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