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시나몬랩스 인수 위해 한국 찾은 이상화 베가엑스 대표

암호화폐도 펀더멘털 있어…네트워크 효과 잘 분석해야
암호화폐 '큰손'이 이기는 이유는 '장기투자'
암호화폐 펀드로 장기투자·변동성 줄여야
이상화 베가엑스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강남 이비스스타일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화 베가엑스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강남 이비스스타일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트코인 4년동안 안 팔았으면 지금 부자에요. 심지어 1년만 그랬어도요. 기관투자가는 투자한 암호화폐를 당장 현금화할 생각이 없으니 길게보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한달 뒤 현금화한다는 생각으로 사고파니까 이득이 잘 안 나죠. 기관이 개인을 이기는 건 투자규모 때문이라기보다는 투자기간 때문입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최근 암호화페 상장지수펀드(ETF)가 화두다.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인 시장에서 특히 변동성이 심해졌을 때 감정을 배제하고 투자기법을 적용해 장기간 투자하는 기관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원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수 개발과 지수를 토대로 적절한 시기에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퀀트 알고리즘 개발이 본격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가엑스도 암호화폐 운용을 지수와 알고리즘을 통해 뒷받침하는 업체 중 하나다. 자산운용 업계가 암호화페로 돈을 버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연구진과 헤지펀드 트레이더 출신으로 구성된 시나몬랩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시나몬랩스는 고빈도거래(HFT), 차익거래(Arbitrage) 전략 등을 상품화하는 AI 기반 트레이딩 업체다.

시나몬랩스 인수를 위해 한국을 찾은 이상화 베가엑스 대표를 만나봤다. 이 대표는 미국 뉴욕 빙엄튼대를 졸업하고 BNP파리바은행에서 근무한 뒤 2012년 크라우드펀딩회사인 다크매터를 창업하며 핀테크의 길로 들어섰다. 2017년 설립한 암호화폐 투자플랫폼 베가엑스는 다크매터의 자회사다.
운용자산, 올 들어 102억→2300억 '껑충'
▶현재 운용자산은 얼마나 되는지요.

현재 운용 중인 자산총액(AUM)은 글로벌에서 2200억원 정도입니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고, 크게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이 70%, 기관이 30%를 차지하고 있고요. 1월 100억원에서 7월 500억원, 현재 22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거래소가 대부분인 암호화폐 업계에서 다소 생소한 사업모델인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를 투자상품화 해서 전략별로 접근할 수 있게 플랫폼화한 회사는 아직 드물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대부분 자기자본 투자하는 데 알고리즘을 활용하지만, 투자 기법 자체를 인프라로 보고 플랫폼화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베가엑스를 만든 건 2년 전입니다. 그 전에 대체투자플랫폼인 다크매터를 운영하고 있었고요. 암호화폐 연구는 6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기술이 성숙하면서 투자상품까지 올 수 있다는 건 3년 전부터 알게 됐고요. 그 전까지는 '투기'였지만, 이후로는 투자로 변해가고 있다고 봅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그 때부터 이미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연구하고 있었어요. '점점 중요해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

▶기관투자가라고 하면 어떤 곳인지요.

펀드(자산운용) 운용사들이에요. 사실 금융투자상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더 중요한 투자영역입니다. 다른 금융상품은 알고리즘만 있으면 돌아갈 수 있는데, 저희는 블록체인 그 자체의 가치평가도 해야하는 분야라서요.
투자기관이나 증권사들은 만든 암호화폐 투자상품을 고객에게 소개를 해야하는데 기술은 없고,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암호화폐 지수를 만들어서 알고리즘으로 지수를 따라가며 트레이딩을 해주는 플랫폼입니다. '커스터마이징'하는 능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보면 됩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한데, 저희는 지수에 대한 라이센싱 수수료를 받으면서 트레이딩도 합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서 기술적 우위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암호화폐도 펀더멘털 있어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고수익 퀀트모델도 제공할 순 있어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면 수익률 구간은 15%~20% 정도입니다. 물론 원화가 아니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기준이고요. 의외로 플랫폼을 이용하는 분들은 안전하게 투자할 방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스테이블코인 상품도 연 4.5% 정도 수익률을 지향하는 거고요. 사실 암호화폐 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시장입니다. 주식 기준으로도 개별주 사서 투자하는 건 위험해서 많이 하진 않잖아요. 리스크가 크다는 가상자산시장에서 많이 하니까 위험해보이죠. 그런 부분을 채워주고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암호화폐 자체가 펀더멘털 보다는 감정에 의존하는 투자자산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저희가 봤을 땐 '타임 프리퍼런스(시간선호)'라는 컨셉이 있거든요. 자본규모가 커서라기보다는 기관투자가들이 투자기간이 길어서 이기는 거에요. 나는 1년 투자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는 한달 뒤 현금화해야하니까 (기관이) 이기는 거죠.

타임 프리퍼런스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펀드상품화하면 자연히 길어져요. 저희가 생각했을 때 이게 중요한 이유가 기관은 마인드셋이 장기로 가거든요. 미국 증시도 개인투자자가 10% 이하에요. 연금에 돈이 대부분 들어가니까요. 월급에서 자동으로 나가는 거니까 1년에 2만불, 3만불씩 장기로 펀드 같은 투자상품에 투자를 하는 거죠.

'60살 되면 빼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변동성이 없습니다. 아시아는 변동성이 큰 이유가 그런 시간선호가 높기 때문이에요. 가장 단순한 사례가 비트코인이거든요. 4년동안 안 팔았으면 지금 다 부자에요. 심지어 1년만 그랬어도요. 투자기간이 중요하다는 걸 드러낸 사례죠.

▶기관 진입이 많은데 장기투자로 가더라도 유의미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을까요.

최근 기관들이 많이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오고 있고, 큰 기관들의 알고리즘은 접근하는 방식이 비슷해요. '큰손'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지금 수준만큼의 수익을 가져가긴 어렵죠.
근데 퀀트 트레이딩을 하면서 내린 결론이 결국 '펀더멘털'이 있는 암호화폐가 오른다는 거에요. 펀더멘털이 좋다고 다 오르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분석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의 펀더멘털이 뭔가요.

단순히 현재 암호화폐의 사용자가 얼마나 많느냐보다 개발자의 선호도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사용자는 지금 당장은 없어도 됩니다. 개발자들의 관심이 있느냐, 사용자가 많아도 개발자가 없는 암호화폐는 항상 사라집니다. 사람들이 많이 써서 수수료가 오른다고 가격도 따라 오르는 게 아니거든요. 블록체인 생태계 자체가 커져야하는 거에요.

이더리움이 오래 가는 이유가 심지어 수수료가 내가 하려는 거래보다 비싸도 그 네트워크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솔라나도 그렇고요. 옛날의 사업보다는 앞으로 개발자들이 암호화폐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이냐, 그런 네트워크 효과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런 것들을 보면 주식과 비슷한 것 같아요.

▶NFT(대체불가능토큰) 관련 암호화폐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메타버스에서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없거든요. 지금은 유일하게 있는 게 프라이빗키(개인키)에요. 중간에서 중개를 안해주면 내가 그 거래를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근데 NFT가 그걸 증명해주거든요. 아트가 NFT에 가장 쉬운 영역이고, 가장 어려운 분야가 집문서에요. 근데 메타버스에서 가상 부동산을 사고파는 게 나타나고 있으니까 방향성은 분명하죠. 네트워크 효과가 발휘된 사례라고 보여집니다.
한국 규제당국에 기대…규제 앞서가

▶왜 한국으로 진출하셨는지요

한국 시장은 다른 시장이 못 따라가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거든요. 규제가 많이 달라진다고 해도요. 투자자 숫자나 관심을 봤을 땐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둘째로 규제를 봤을 땐 시간이 많이 걸릴 순 있지만, 상품화된 가상자산이 일반인들의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기회가 가장 먼저 올 곳은 한국이라고 보거든요.

▶미국이 오히려 느릴 거라고 보시네요

제가 핀테크만 6~7년을 했는데, 2012년~2013년 크라우드펀딩이란 컨셉이 나왔거든요. 근데 크라우드펀딩이 미국에서 시작된 컨셉이었고요. 근데 에쿼티크라우드 법안이 나온 게 한국이 먼저였어요. 미국은 2년반동안 멈춰있었어요.

미국은 크라우드펀딩이 뭔지 모르고 일단 주식같은 거니까 규제해야한다는 논리를 펼쳤죠. 계속 규제 논의에 참여했는데도요. 미국의 암호화폐 시장이 가장 크지만 다른 곳도 리더십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도 잘 만들어나가고 있고요. 근데 시장이나 인력이 적다보니 한계가 있죠. 그런 걸 생각해보면 한국이 나은 것 같아요.
운용사 규제 없어…도입되면 긍정적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희가 미국에서 나온 핀테크다보니까 제일 엄격한 룰을 지키면서 왔거든요. 안해야하는 것들은 테두리가 만들어져있고요.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많이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B2B전략도 나라마다 다른 게 투자상품을 직접 만들어서 파는 것보다, 운용사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을 라이센싱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운용사에서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센스가 필요한거고요. 금융시장을 봤을 땐 이런 상품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게 투자자들에게 더 안전할 겁니다. 은행에서 5~10년을 두고 암호화폐에 장기투자하는 펀드도 나올 거라고 봅니다.

▶ISMS 획득할 계획은 있으신지요

아직 저희 사업에 대한 규제 가이던스가 없습니다. 사업 카테고리가 없기 때문에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센스가 나올 수도 없고요. 빨리 변하면 빨리 할수록 저희도 신고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건 긍정적으로 보는 포인트고요. 산업을 크게 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더 좋지 않을까합니다.
거래소를 시스템화한 다음 단계가 이런 투자상품을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어떤 방식의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볼 시기라고 봐요.

▶베가엑스를 통해 투자를 한다면 암호화폐는 어디에 보관되나요

자산은 플랫폼에 없고, 제3의 콜드스토리지에 나눠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빗키는 저희가 직접 보관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분들은 본인 스스로가 지갑주소나 프라이빗키를 잃어버릴까봐 (직접 보관하는 걸) 오히려 리스크라고 생각하세요. 조금 더 어드밴스드 유저라고 해서 내가 내 지갑을 관리함으로써 투자 전략을 고를 수 있게하는 컨셉을 연구하고 있어요. 다만 아직 그런 투자하시는 분들은 없어요. 오히려 투자할 수 있다고 해도 두려워하시더라고요.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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