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제조업체인 더블유씨피(WCP)가 기업가치를 2조3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면서 2년 만에 몸값이 10배가량 뛰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노앤파트너스가 보유한 WCP의 CB(전환사채) 지분 10%를 2300억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최원근 WCP 대표 /사진=WCP 제공15일 노앤파트너스는 DS자산운용,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한양증권, KB증권 등 총 9개 기관투자가들과 2300억원 규모의 CB 매각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 기관은 지난주에 계약을 완료했고 나머지는 이번주 내로 계약을 마치기로 했다. 매각 자문은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
이들이 투자한 지분은 총 10%다. DS자산운용이 700억원,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공동 업무집행조합원(GP)으로 총 880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한양증권이 300억원, KB증권이 150억원, 아주IB투자가 150억원, 글로벌원자산운용과 하랑기술투자가 120억원 등 총 2300억원어치를 샀다.
노앤파트너스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본입찰을 통해 적격 예비 인수 후보로 선정된 10여곳으로부터 목표 매각 물량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응찰 받았다"며 "애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10%를 매각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으로 노앤파트너스는 보유하고 있던 32% 중 22%의 지분을 남겨두게 됐다.
노앤파트너스는 2019년 1490억원어치의 CB를 매입했다. 당시 WCP는 기업가치를 2500억원으로 평가받으면서 총 2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었다.
소수 지분을 매각하는 데 여러 투자자가 몰린 것은 내년 상반기 중 WCP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5년 일본 W-SCOPE의 100% 자회사로 설립된 WCP는 전기차용 이차전지 소재인 분리막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창립자인 최원근 대표가 독자적인 고분자 필름 제조기술을 토대로 제품 개발에 성공해 시장에서 높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과 함께 배터리 4대 핵심소재로 꼽힌다. 이차전지의 폭발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분리막이 이차전지 총 원가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가 각광받으면서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로 꼽힌다. 특히 국내에선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그 다음 주자가 WCP로 손꼽힌다.
WCP는 삼성, LG 등에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와 함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2023년에는 유럽 내 생산량이 국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후 미국시장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WCP 관계자는 "기술력은 물론 높은 생산성을 갖춘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경쟁사보다 분리막을 더 얇고 길고 넓게 만드는 독자적 기술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WCP는 오는 11월께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공동 상장 주관사를 맡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WCP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5조~6조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더블유씨피의 지난해 매출액은 1118억원, 영업이익은 97억원이었다. 올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8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는 09월15일(15:1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매각 본입찰에 에디슨모터스, 이엘비앤티, 인디EV 등세 곳이 뛰어들었다. 반면 유력 후보였던 SM(삼라마이다스)그룹은 불참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쌍용차 본입찰에 에디슨모터스 등 3곳의 인수후보가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연매출 200억원대를 내는 에디슨모터스는 두 곳 외에도 여러 재무적투자자(FI)들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전기차·배터리 제조사 이엘비앤티는 사모펀드 운용사 파빌리온PE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다. IB업계에 따르면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이 셋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써낸 곳과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전해졌다.에디슨모터스와 2파전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유력주자 SM(삼라마이다스)그룹은 입찰을 포기했다. SM그룹은 재계 서열 38위로 현금성 자산만 1조원 안팎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보유자금만으로 인수가 가능한 수준이어서 이번 인수전의 가장 유력한 잠재 후보로 꼽혀왔다. 아랍계 사모펀드 두바이헤리티지홀딩스와 컨소시엄을 꾸렸던 케이팝모터스도 응찰하지 않았다. 앞서 쌍용차의 예비입찰에는 11곳이 참여했고 예비실사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카디널원모터스, 케이에스프로젝트 컨소시엄, 퓨처모터스, SM그룹, 인디EV, 이엘비앤티 등 7곳이 참여한 바 있다. SM그룹의 응찰 포기는 예비실사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전기차 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실사를 해보니 쌍용차의 전기차 전환엔 예상보다 더 큰 돈이 들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에서 가장 유력했던 SM그룹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풍부한 FI 지원군을 확보한 에디슨이 한발 앞서나가게됐다"며 "인수금액을 가장 높게 쓴 이엘비앤티 컨소시엄과 2파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쌍용차의 매각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이날 본입찰을 마치고 이르면 이달 말 서울회생법원과 함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민지혜 기자/김종우 기자 spop@hankyung.com
미국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14일(현지시간)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했다. 리비안이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자동차 제조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로버트 스캐린지 리비안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 일리노이주 조립 공장에서 상용 전기 픽업트럭 'R1T'를 출고했다고 발표했다. 스캐린지는 "첫 고객용 차량이 생산라인을 떠나 출발했다"며 "우리 팀의 노력 덕분에 이 순간을 맞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전기 픽업트럭을 빨리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스캐린지는 트윗과 함께 조립 라인에서 R1T 출고를 자축하는 직원들의 사진도 게재했다. 리비안 대변인은 이번에 생산된 'R1T'가 고객 판매용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최초 출고 물량과 판매 예상 대수 등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R1T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주행거리는 314마일(505㎞)이고, 최저 판매가는 6만7500달러(약 7900만 원)다. 이 픽업트럭에는 삼성 SDI가 공급하는 지름 21㎜, 길이 70㎜의 원통형 '2170 배터리셀'이 올라간다.CNBC는 앞으로 수년간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리라 전망했다. GM은 올해 가을 전기 픽업 'GMC 허머'를 시장에 내놓을 전망이고, 포드는 내년에 'F-150' 전기 트럭을 출시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올해로 예정했던 '사이버트럭' 출고 시기를 내년으로 늦췄다.리비안은 지난달 말 미국 증시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주식 발행 규모와 공모 예정가 등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가 최대 8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테슬라의 시총(7370억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GM(736억달러)과 포드(504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리비안은 전기차 제조업체 1위인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기업이기도 하다. 2009년 설립 이후 전기차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아 아마존과 포드 등으로부터 105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너도 나도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었다. 말 그대로 '전기차 올인'이다. 전기차 시대로 바뀌어도 원래의 브랜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친환경 전환을 서두른다는 평가다.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최근 친환경 전기차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독일의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가 대표적이다. EQC를 시작으로 친환경 'EQ'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개발도 중단한다.벤츠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폐막한 'IAA 모빌리티 2021'에서 현재까지 개발된 4세대 PHEV를 끝으로 개발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앞으로는 전기차에 모든 역량을 모은다는 방침.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이후에는 모든 신차 플랫폼을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2030년까지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벤츠는 EQC를 시작으로 지난해와 올해 EQA, EQB, EQE, EQS, EQS 53 AMG 등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내년에는 비전 EQXX 콘셉트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올해 4분기에는 S클래스급 전기차인 'EQS450'의 국내 출시도 예정됐다.BMW도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 기준 최대 주행 거리는 630km, 가격은 1억원 s내외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형 SUV인 X3 기반 전기차 IX3 출시도 예고했다.아우디는 '아이언맨차'로 알려진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아우디 e-트론 GT'과 '아우디 RS e-트론 GT'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환경부의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통과한 두 차종은 연말께 국내 1억~2억원대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마세라티 역시 최초 순수 전기차 ‘그란투리스모 EV’를 내년 선보일 계획이다.신흥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뒤질세라 전동화에 박차를 가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7월 G80의 전기차 모델인 eG80를 출시한 데 이어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전기 SUV인 GV60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기술이 탑재된 신형 G90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이달 초에는 온라인으로 '퓨처링 제네시스' 영상을 공개하고 전동화 브랜드 비전도 발표했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수소와 배터리 기반 전기차만 생산하고 2030년까지 총 8개 모델로 구성된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4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스텔란티스로 새롭게 출범한 PSA(푸조시트로엥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DS 오토모빌은 2024년부터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도약할 계획. 이미 DS 3 크로스백 E-텐스, DS 7 크로스백 E-텐스 등의 전기차도 선보였다.DS 3 크로스백 E-텐스는 포뮬러 e 경기를 통해 얻은 노하우가 집약된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e-CMP 플랫폼을 적용해 높은 수준의 완성도와 4000만원대의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췄다는 평가다. 향후 출시할 전기차에는 최대 104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새 플랫폼을 적용할 계획이다.이처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전동화에 속도를 내는 데는 브랜드 명성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친환경 전기차로의 전환이 대세로 굳어진 가운데 내연기관 차 시대 오랜 기간 쌓아온 명성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달려서다.전기차의 경우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강점으로 꼽혔던 엔진·미션 등 내연기관 자동차 핵심 기술이 필요치 않아 뚜렷한 강자가 없는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경쟁하게 된다.업계는 특히 '럭셔리 전기차 시장'이 향후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4만435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4%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8000만원 이상 럭셔리 전기차는 전년 동기 대비 254.3% 급증한 1435대에 달했다. 하반기 출시된 제네시스 eG80의 경우 출시 3주 만에 사전계약 대수 2000대를 넘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에 큰 영향을 받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럭셔리 전기차를 선보이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6000만원 이상 전기차는 보조금을 절반만 받고 9000만원 이상은 아예 받지 못한다.이 관계자는 "럭셔리 전기차 시장 규모는 아직 전기차 전체 시장의 3.5% 수준에 불과하다"며 "아직 절대강자가 없고 성장세도 가팔라 완성차 업체들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