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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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적자가 발생했을 당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전날 '3월 국제수지'를 발표하고 4월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출 충격 본격화를 예상해서다.

앞서 무역수지가 99개월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의 적자 가능성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9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수출입 차이를 의미하는 상품수지 악화에 외국인 배당금 지급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선 경상수지 적자의 규모도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즉 수출로 버는 돈이 줄어들고 12월 결산법인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송금이 4월에 집중되면서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4월 경상수지는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의 적자 기록에 당시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지난해 4월 중순 1130원대에서 움직였던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자 빠르게 상승폭을 확대했다. 1190원대로 치솟았다. 여기에 최근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월 경상적자 충격에 약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했다"며 "당시의 경험에 비춰 경상수지 결과에 대해 시장이 민감해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4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해도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와 같이 급등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는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선 것이라 충격이 컸지만, 면역이 생긴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이 어느 정도 예고됐다는 판단에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4월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계절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지 국내 기초체력(펀더멘털) 상의 문제는 아니다"며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들이 배당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적자가 발생해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경상적자가 발생해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이 급격히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며 "이보다는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 연구원은 이번달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1260원대, 3분기에는 130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추정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