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주식 양도소득세의 외국인 과세 범위를 지분율 25% 이상에서 5% 이상으로 확대하는 세법개정안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1988년 대만 주식시장 폭락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88년 9월 셜리 쿠어 당시 대만 재무장관은 12년 동안 폐지됐던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1989년 1월1일부터 주식을 팔아 얻는 과세 차익을 개인 소득에 포함시켜 최대 50%까지 세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쿠어 장관은 “빈부격차를 줄이고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제개편안 발표로 당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대만증시는 폭락했다. 1988년 9월24일 8798포인트였던 대만 자취안지수는 19거래일 연속 하락해 같은 해 10월21일 5615포인트까지 떨어졌다. 9월24일 17억5000만달러에 달했던 거래금도 10월에는 3680만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증시 폭락은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화가 난 투자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쿠어 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만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을 늘리고 국책은행 등을 동원해 주가 부양에 나서기도 했다. 기대했던 세수 증대 효과가 미미하고 주가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자 대만 정부는 1990년 1월1일 주식 양도소득세를 다시 폐지했다. 쿠어 장관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이번 세법개정안도 세수 증대 효과 없이 시장의 불만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1988년 대만 정부 사례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도 주식 거래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 매각 대금의 0.5%씩 걷는 거래세 세수마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FTSE는 24일 성명에서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외국인에게 증시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상황이어서 한국의 세법 개정안은 더욱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