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때부터 손댄 사업모델만 5개…'테헤란로 피벗 요정' 별명 얻었죠"
자유분방함으로 상징되는 Y2K(밀레니엄 버그) 감성이 휩쓸던 1990년대 후반. 대전의 열세 살 소년은 덜컥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컴퓨터학원에 다닌 지 두 달 남짓 된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연쇄 창업가의 인생문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걸….”

누적 투자유치 400억원을 돌파한 스타트업 채널코퍼레이션을 이끄는 최시원 대표(39·사진)의 얘기다. 채널코퍼레이션은 기업 간 거래(B2B)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 ‘채널톡’을 개발했다.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사업자들이 채팅·전화 상담, 고객관리 같은 고객서비스(CS) 활동과 마케팅 등을 하나의 메신저에서 가능하게 한 업무용 툴이다. 지난해 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0% 증가한 실적이다.

그를 창업가의 길로 인도한 것은 당시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던 아버지였다. 최 대표는 “방문객을 관리하는 일종의 CRM(고객관계프로그램)이 막 보급되고 있었는데 너무 비쌌다”며 “아버지가 초등학생인 제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라고 시켰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돈키호테 같은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아버지는 기획자, 소년은 개발자 역할을 맡았다. 학교를 마치면 가방을 내팽개치고 개발에 몰두했다. 2년6개월의 시간이 흐른 1999년 여름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첫 달 3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쏠쏠한 사업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쓰러지며 사업을 접었다. 역경 속에서 소년이 다짐한 것은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이번엔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첫 창업 때 안 사람들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고3 때 입시 공부를 위해 사업을 정리했지만, 이때 ‘협업’의 묘미를 깨달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인이 된 2010년 세 번째 창업에 나섰다. SNS 기반 광고 플랫폼인 애드바이미라는 회사를 세웠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4년엔 네 번째 사업모델인 무선 신호 기반 매장관리 솔루션 ‘워크인사이트’를 내놨다. 이쯤 되니 주변에서 혀를 내둘렀다. ‘테헤란로 피벗(사업 전환) 요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최 대표는 “투자자 앞에서 다시 한번 피벗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욕설에 가까운 융단폭격을 맞기도 했다”며 “하지만 우리 목표는 겨우 매출 수십억원을 내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보다 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고 했다. 마지막 피벗을 통해 탄생한 서비스가 지금의 채널톡이다. 그가 생각하는 사업의 본질은 ‘아마존 정신’에 가깝다. 최 대표는 “아마존은 철저히 고객 중심적이어서 경쟁사나 기술보다 자사 제품을 쓰는 소비자에게 집중한다”며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몇 년 뒤를 내다보는 전략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2B 사업을 ‘뚝배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B2B 사업은 천천히 성장하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단골손님이 많은 음식점이 망하지 않는 것처럼 고객사를 단골로 만드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