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차례 0.75%포인트씩 급격한 금리 인상을 이어오던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다. 시장에선 잠시 Fed가 연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희망도 퍼졌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에 미국 노동부의 1월 고용상황 보고서가 찬물을 끼얹었다. 일자리 증가 폭이 예상치의 3배를 웃돌아서다. 뜨거운 노동시장이 임금 인상에 불을 붙이면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이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것도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농업 일자리가 51만7000 개 증가

1월 미국 노동 시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자리 증가세를 보인 것은 물론 역대급으로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미 노동부는 3일(현지시간) 1월 고용상황 보고서를 내고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51만7000 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7000 개)를 3배 가까이 상회한 깜짝 증가폭이다. 작년 12월 증가 폭(26만 개)의 두 배에 육박한다.

지난해 월별 평균 일자리 증가 폭이 40만1천 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초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 업종별로는 레저·접객업(12만8000 개), 전문사무서비스업(8만2000 개), 정부 공공직(7만4000 개), 보건 의료업(5만8000 개)의 순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다.

실업률은 3.4%로 전월(3.5%)보다 0.1%포인트 하락, 1969년 5월 이후 거의 5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실업률 또한 시장 전망치(3.6%)를 밑돌았다.

경기 부양 나선 중국

중국 당국은 부동산 경기 부양 조치를 내놓고 있다. 지난 4일엔 생애 첫 주택 담보 대출(모기지) 금리가 연 3%대로 인하됐다. 이달 들어 정저우, 톈진, 샤먼, 푸저우, 주하이, 창춘, 선양 등 30개 도시에서 생애 첫 주택의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인하 조정됐으며, 이 중 20여 개 도시의 금리는 연 4% 밑으로 떨어졌다.

정저우의 생애 첫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종전 연 4.1%에서 연 3.8%로 내렸고, 주하이는 연 3.7%까지 떨어졌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5일 신규 주택 가격이 3개월 연속 하락할 경우 지방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모기지 금리를 내려주거나 무이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연장했다. 이 조치는 작년 9월 시행됐는데,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11일에는 대출 규제 완화, 부동산 개발업체의 은행 대출 상환 연장 등 부동산 시장 구제를 위한 16개 조치도 내놨다. 생애 첫 주택 담보 대출 금리 인하에 따라 연 5%대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기존 주택 구매자들의 조기 상환이 급증했다고 펑파이신문이 전했다.

중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C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동안 중국의 경기 둔화라는 혜택을, 다소 내려간 유가의 혜택을 누렸다"면서 "내 생각에 유가는 향후 10년간 올라갈 것이고, 중국은 더이상 물가하락 요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기대는 금물"

현재의 물가 상승 둔화세에 안심하기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 장관은 5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그는 "몇 달 전보다 연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2~3년 전의 관점에서 볼 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며, 나머지 부분을 목표 인플레이션으로 되돌리는 것은 여전히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