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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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수치료 명목으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이 1조1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 진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3년 새 80% 가까이 늘어났다. 하이푸시술과 하지정맥류, 비밸브 재건술 등 주요 비급여 항목의 실손보험 지급액도 매년 20~50%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의 손실이 커지면서 내년에도 실손보험료가 두 자릿수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수치료 지급액, 5년 후엔 3조원
도수치료에만 1.1조 지급…줄줄새는 실손보험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도수치료로 빠져나간 실손보험금은 1조1319억원으로 2018년(6389억원)보다 77%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21%다. 이런 추세라면 2026년 2조9360억원, 2031년엔 7조6159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A손해보험사의 백내장 지급보험금이 6년 만에 19배 증가한 사례가 있다”며 “과도한 전망이 아니다”고 했다.

도수치료를 처방할 수 있는 의사의 범위나 가격 등이 정해져 있지 않아 비전문적인 치료와 남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70대 고령자가 소아과에서, 20대 남성이 산부인과에서 도수치료를 받은 사례도 있다. 필라테스와 도수치료가 결합된 패키지도 찾아볼 수 있다.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한 뒤 도수치료를 한 것처럼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한 경우도 나왔다. 의료기관별 도수치료비가 최대 1700배까지 차이 나는 점도 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궁근종의 비수술 치료법인 하이푸시술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하이푸시술 실손보험 지급액은 2018년 283억원에서 지난해 1009억원으로 매년 평균 52.8% 늘어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병원은 자궁근종 유무 확인에 필요한 초음파 검사 결과를 제출하지 않는 등 허위 청구 의심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하지정맥류 지급보험금은 2018년 567억원에서 작년 1062억원으로, 코막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밸브 재건술도 같은 기간 296억원에서 646억원으로 증가했다. 백내장은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인 4570억원의 실손보험금이 지급됐다. 하지만 지난 6월 백내장 수술은 통원치료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하반기부턴 백내장발(發) 보험금 누수 리스크는 다소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두 자릿수 인상해야”
일부 고객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특이 질환이 없는데도 2017년부터 5년간 총 576회에 걸쳐 도수치료를 받으며 1억40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가 있었다. 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중 70%는 보험금을 단 한 번도 수령하지 않았는데, 0.27%가 연간 10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고 있다. 이런 문제가 누적되며 작년 기준 손보사들의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2.5%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조8000억원에 달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료를 매년 13.4%씩 올려도 향후 10년(2022~2031년)간 보험사의 누적 적자는 100조원에 이른다. 이에 손보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를 10%대 중후반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2021년 10~12%, 2022년 14.2% 인상에 이어 3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 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약 4000만 명에 달하고 고금리 상황으로 국민의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내년 보험료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보업계가 올해 자동차손해율 개선 등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낸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