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생산, 소비, 투자가 동시에 뒷걸음질치는 ‘트리플 감소’가 2개월 만에 되풀이되면서다. 특히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생산이 3개월 연속 감소한 데다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고 재고마저 늘어나고 있다. 세계경제 하강으로 제조업 생산과 설비투자가 둔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며 나타난 ‘보복소비’까지 꺾이면서 한국 경제가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 나쁜데 태풍 피해 겹쳐

경제활력 '뚝'…반도체 생산 3개월째 줄고, 제조업 재고는 더 쌓여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전(全)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7월(-0.2%)과 8월(-0.1%)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광공업 생산이 7월 1.3%, 8월 1.4%, 9월 1.8% 하락한 영향이 컸다.

9월 광공업 생산 감소의 최대 원인은 태풍 힌남노 여파에 따른 포스코 포항제철소 셧다운(가동 중단)이다. 포항제철소의 철강 생산이 중단되면서 1차금속 제품 생산이 전월 대비 15.7% 급감했다. 통계청은 전체 광공업 생산 감소분의 48%가량이 제철소의 태풍 피해로 인한 결과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황 악화도 광공업 생산 감소의 핵심 요인이다. 9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4.5% 줄었다. 7월(-3.5%)과 8월(-12.8%)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9월에도 이어진 중국의 봉쇄 조치 여파와 정보기술(IT)산업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재고가 쌓인 탓에 (반도체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 투자를 늘린 미국 빅테크들이 서버 투자 등을 줄이면서 반도체 경기는 당분간 혹한기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9월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9.5% 늘었다. 물건이 덜 팔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생산 감소와 일부 제철소 가동 중단으로 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 대비 0.8%포인트 하락한 74.5%로 나타났다. 작년 10월(73.6%) 후 가장 낮다.

“경기 불확실성 높아져”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3.7% 줄었고,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5% 감소한 결과다. 통계청은 9월 소매판매 감소는 이른 추석(9월 10일)으로 8월 소매판매가 늘어난 기저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9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4.1% 감소해 기저효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9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2.4% 줄었다. 8월 설비투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영향도 있지만 반도체산업 침체로 기계류 투자가 6.6% 감소한 여파가 크다. 통화당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설비투자 감소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5개월 연속 상승이다. 하지만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2로 0.1포인트 내리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중국 봉쇄 조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한국도)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