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대형 손해보험사의 순이익이 코로나19 사태와 고유가 등에 힘입어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동량 감소로 자동차 사고가 크게 줄어든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울상이다. 차량 침수와 파손 등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인 13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재해에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화재, 순이익 59%↑
삼성화재는 11일 올 상반기 74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잠정 공시했다. 작년 같은 기간(7441억원)보다 0.8%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지분 1.49%를 보유한 삼성화재는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로부터 1400억원의 특별배당을 받았다. 이런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어난 순이익을 올렸다는 게 삼성화재 측 설명이다.
상반기 최대 실적 낸 손보사…폭우에 '울상'
현대해상은 이날 작년 동기 대비 41.1% 늘어난 3514억원의 상반기 순이익을 공시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은 32.2% 늘어난 5626억원, 메리츠화재는 58.9% 증가한 4640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달 올 상반기 실적(4394억원)을 발표한 KB손해보험의 순이익 증가율이 207.5%로 가장 높았다. 부동산 매각으로 확보한 2160억원이 이익으로 인식된 데 따라 순이익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이들 손보사 모두 매출에 해당하는 원수보험료가 늘어났다. 올 상반기 기준 5조2826억원의 원수보험료를 기록한 메리츠화재가 빅5 가운데 매출 증가율(7.1%)이 가장 컸다. 손해율도 개선됐다. 장기보험은 백내장 수술 등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 자동차보험은 이동량 감소의 수혜를 봤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포인트, 1.8%포인트 하락한 76.5%, 81.1%를 기록했다.
삼성화재, 물난리 피해 560억원
하지만 손보사들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 등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의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12개 손보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 등 추정 손해액은 1274억원이다.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상륙한 2003년 9월(911억원)과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 등이 연달아 발생한 2020년 7~9월(1157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때문에 하반기 주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인 80%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0년 말 80% 중반에 달하던 상위 5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올 1~6월 74.1~78.0%까지 떨어졌는데,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최근 70% 중반대까지 떨어지자 금융권에선 보험사들이 하반기에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줄 여력이 충분하다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손보사들이 물난리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되면서 이제는 오히려 보험료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조정 여부는 3분기 손해율을 지켜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