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처벌 대상 등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회원사와 주요 기업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건의안을 20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중대산업재해·중대시민재해·경영책임자 정의 △도급 등 관계에서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손해배상 책임 등 아홉 가지 분야에 대한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전경련은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영책임자 등 처벌 대상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처벌 대상을 경영책임자 등으로 포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처벌 대상에 올라 조사받을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시행령으로라도 중대재해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게 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경련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정의도 합리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중대산업재해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로 규정돼 있다. 이는 재해 강도를 고려하지 않아 통원치료만으로 회복 가능한 경미한 질병도 중대재해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전경련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전경련은 고용관계에 있지 않아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할 수 없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서까지 동일한 의무를 지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원청에는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 하청업체에는 안전·보건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의무로 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형사처벌과 병과되는 이중 제재라는 점도 강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미국, 영국 등 영미법을 배경으로 한 특수한 제도로 국내 법체계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 국가에서도 산업재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전경련 설명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하고, 사전 예방이라는 산업안전보건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