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비행기표 예매하려다 '당황'…"한숨만 나와요"
# 직장인 A씨는 올 7월 미국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을 위해 할인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예매하려다 당황했다. 지난달 확인한 항공권 가격보다 수십만원이 뛰었기 때문이다. 유류할증료까지 뛰면서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A씨는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에 갑작스레 학회 참석을 결정했는데 항공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심지어 탑승을 염두에 둔 항공사의 7월 초 일정은 매진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외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체감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여객 공급 부족이 아직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할인 항공권은 줄어 체감 항공권 가격이 뛴 데다 유류할증료 부담까지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다음달 15일 인천에서 미국 뉴욕으로 출발해 같은달 24일 돌아오는 왕복 항공권은 가장 저렴한 가격이 316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왕복 항공권이 341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 없는 가격이다.

같은 기간 인천 출발 미 로스앤젤레스(LA) 왕복 일정은 LA 현지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1회 경유 최저가 항공편을 선택할 경우 186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이 역시 공식 홈페이지 최저가(206만원)과 차이가 10%수준에 그친다. 성수기인 7~8월 휴가철이 아닌 비수기지만 왕복 항공권에만 200만원 안팎 예산을 잡아야 하는 셈이다.

인기 여행지인 동남아시아 항공권 가격도 만만찮다.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도 인천~태국 방콕 왕복 항공권은 71만원 상당이다. 그나마도 선택지가 일정별로 한 개씩밖에 없다.

공급 부족 속에서 할인 항공권은 줄어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체감 항공권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제한된 공급 속 해외여행을 가려는 여행객들이 늘어난 만큼 할인 항공권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자유여행객 입장에서는 유류할증료 인상과 함께 정상가로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커져 체감 인상분이 큰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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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변동에 따라 운임에 추가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뛴 점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2월16일부터 3월15일까지 유가를 바탕으로 산정한 4월 유류할증료는 14단계로 책정됐다. 이는 2016년 7월 유류할증료에 거리비례구간제가 적용된 후 가장 높은 단계다. 일례로 뉴욕행 대한항공 항공권의 경우 편도 운임 기준 유류할증료는 3월 13만8000원에서 4월 21만600원으로 뛰었다.

그럼에도 2년여 간 막혔던 해외여행 수요는 폭증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21일부터 해외 입국자들의 한 주간 자가격리를 면제하면서 2년 넘게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에 불이 붙었다. 이 이달 3일 재개한 인천~하와이 노선 운항편의 첫날 탑승률은 80%에 달했다. 탑승객 대다수는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와 가족 단위 여행객인 것으로 파악됐다.

홈쇼핑에서 선보인 해외여행 패키지 방송에서는 한 시간 만에 100억원이 훌쩍 넘는 주문액이 몰리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티몬이 지난달 22일부터 한 주간 실시한 해외여행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530명)의 절반 이상(55%)이 '입국자 격리면제 발표에 해외여행 상품을 알아봤다'고 답했다. 실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점으로 응답자의 40%가 '올해 하반기'라고 답했다.
자료=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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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달 인천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송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123.3% 뛴 41만1000명을 기록했다. 2분기와 3분기 여행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이같은 증가 흐름이 꾸준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마지막주 국제선 여객은 전주보다 15% 늘었고 4월 들어 추가로 20% 이상 확대되고 있다. (수요가) 바닥에서 벗어나는 시작 단계"라고 진단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출장, 신혼여행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수요를 중심으로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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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리오프닝(reopening·경제 활동 재개) 초기 여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전망인 만큼 항공권 가격에 수요 부족분 전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항공산업은 안전과 보안 중요도가 큰 특성상 여객 공급을 단기에 늘리기 어렵기 때문. 항공사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펜데믹) 이후 타격으로 공급여력이 축소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편수를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까지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제선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추진하기로 방역당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고운 연구원은 "국제선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에 따르면 슬롯(특정 시간대 최대 착륙 횟수) 제한을 단계적으로 풀어준다는 방침이나 11월에야 운항 수가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이 부족한 만큼 여객운임은 펜데믹 이전보다 상승할 것"이라며 "정상화를 넘어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운임 모멘텀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자료=미래에셋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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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하던 여객 수요 반등과 함께 그동안 대형항공사의 호실적을 이끈 화물 부문은 물류 대란이 이어지는 만큼 꾸준히 수요와 운임이 유지되며 실적을 뒷받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천공항의 3월 화물 수송 실적은 전년 동기와 거의 유사한 28만1000t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보다 18.6% 늘어난 수치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상하이 도시 봉쇄가 장기화 되며 물류운송 차질이 심화됐다. 중국발 항공화물 물동량은 축소될 수 있지만 중국 공항 정체로 화물 운임은 오히려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