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건설업 생산이 전월 대비 8.5% 감소했다. 2015년 3월 이후 7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건설사들의 공사 연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축현장. /김범준 기자
지난 2월 건설업 생산이 전월 대비 8.5% 감소했다. 2015년 3월 이후 7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건설사들의 공사 연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축현장. /김범준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서비스업이 위축되면서 산업생산이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는 모습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 생산이 약 7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산업생산 두 달 연속 감소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전 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5.5(2015년=100)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1월 0.3% 감소에 이어 두 달 연속 생산이 위축됐다.

'중대재해법 쇼크' 덮쳤다…건설업 생산, 7년 만에 최대폭 감소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5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2020년 1월부터 5개월 연속 생산이 감소했다. 이번엔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산업별로 보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 생산이 0.3% 쪼그라들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4.0%, 예술·스포츠·여가 부문은 7.3% 위축됐다.

중대재해법 이후 건설업 생산 급감

건설업 생산은 전월 대비 8.5% 감소했다. 2015년 3월(-8.5%) 이후 6년11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건설기성(시공실적)은 8.5%, 건설수주는 27.3% 줄었다.

건설경기 냉각에 대해 통계청은 건설자재 가격이 뛰면서 일시적으로 공사를 미룬 탓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이 지연된 것도 생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 여파도 무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 초기 ‘시범 케이스’로 걸릴까봐 건설사들이 휴무 등을 통해 공사를 늦추면서 생산이 급감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은 0.6% 늘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와 전자부품 생산이 각각 10.1%, 5.6% 늘어 광공업 생산 증가를 이끌었다. 공공행정은 3.1% 생산이 늘었다.

“오미크론 정점 지나면 내수 회복”

지난 2월 소매 판매는 0.1% 증가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4.4%),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0.6%) 판매가 줄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9.4%) 판매는 늘었다. 설비투자는 선박 등 운송장비(-17.9%),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1.2%) 투자가 모두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5.7% 줄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6으로 0.2포인트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28.0으로 0.3포인트 내려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했다. 2018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9개월 연속 하락한 뒤 3년 만에 최장 기간 하락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753개사 대상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도 3월 전 산업 업황BSI는 83(기준=100)으로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기업들이 현재 경영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오미크론 확산이 지속하면서 여전히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는 점은 무척 아쉽다”면서도 “최근 발표된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상승 전환한 것을 볼 때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향후 안정적 관리 단계로 접어들면 내수 회복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