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현 스탁키퍼 대표 인터뷰

한우 투자 플랫폼 창업한 농가의 아들
4차 펀딩 하루 만에 마감…투자자 연령층도 다양해져
"내년 상반기 한우 소유권 사고 파는 서비스 출시"
최근 KT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2억원 투자 유치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

한우는 단순히 고급 식재료를 넘어 수익률이 괜찮은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 국내 핀테크 기업 스탁키퍼는 지난해 10월 농가와 투자자를 연결해 최소금액 4만원으로 송아지의 소유권 일부를 살 수 있는 플랫폼인 ‘뱅카우’를 출시했다. 송아지를 사육 이후 경매시장에 팔았을 때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연평균 수익률은 9.8% 수준으로 추정된다. 소고기 소비량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자산으로서 한우의 가치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5월 진행된 1억원 규모의 1차 펀딩 땐 투자자 모집 마감까지 12일이 걸렸다. 하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뱅카우가 입소문을 타면서 모집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달 열린 4차 펀딩 땐 모집 금액이 5억4000만원으로 1차 펀딩 대비 5배 이상 많아졌지만, 단 하루 만에 투자자 모집이 마감됐다. 1·2차 펀딩 땐 20~30대 비중이 80%를 웃돌았지만 4차 펀딩 당시 40대 비중이 36%에 달했을 정도로 투자자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뱅카우는 최근 KT인베스트먼트와 나이스투자파트너스, 인라이트벤처스 등으로부터 22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1986년생인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한우 지분 소유권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활용한 거래소도 내년 상반기께 오픈할 예정”이라며 “한우에 대한 투자가 한우 소비로 이어져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한우 투자라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머니가 경기도 여주에서 한우 목장을 운영했습니다. 송아지를 250마리까지 키울 수 있는 목장이었는데 실제론 100마리 밖에 사육하지 못했습니다. 한우를 사육하는데 마리당 평균 800만원이 드는데 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부터 저와 아내 돈으로 송아지를 사서 어머니 목장에 넣어주곤 했는데, 이때 한우가 꽤 안정적인 투자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7년간 종합상사에서 육류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등의 일을 했습니다. 당시 바이어 등을 통해 덴마크에서 축산 투자시장이 잘 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창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산으로서 한우의 매력은 무엇이 있나요?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은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게 되는 성격의 투자입니다. 반면 한우는 다함께 성장하는 자산입니다. 10년 전 대비 한우 경매가격 상승률은 66.6% 정도입니다. 국내 한우시장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이 정체돼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소유권을 취득한 송아지가 2년 후 경매시장에서 팔릴지 안 팔릴지 여부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송아지는 생물인 만큼 ‘죽음’이란 리스크가 있지 않나요?

“송아지가 죽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염병이 돌거나 아니면 농가의 부주의로 인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구제역 같은 1급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는 국가가 100%를 보장합니다. 부주의나 실수 등 사고가 났을 땐 가축재해보험에서 80%를, 농가에서 나머지 20%를 보장합니다. 즉 구매금의 100%가 보장되는 셈입니다.”

▶초기에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는데 인기 요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한우는 안전하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실물 자산이죠. MZ세대가 모두 위험 추구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한우 투자는 ‘재미’가 있는 투자입니다. 200㎏ 남짓이던 송아지가 700~800㎏에 달하는 성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죠. 농가가 대신 사육하긴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본인이 소를 키우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것입니다. 뱅카우는 투자자가 지분을 갖고 있는 소의 사진을 3개월 단위로 업데이트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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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카우에 입점하는 농가는 어떻게 선별하고 있나요?

“유명 사료업체들과 협업해 농가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소고기 경매시장에서 좋은 등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퀄리티가 높은 사료를 쓰는 농가 등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입점 계약을 맺을 때 반드시 실사를 거칩니다. 저희는 단순히 돈을 모아 농가에 전달해 주는 P2P 업체가 아닙니다. 송아지의 상태 등을 면밀히 파악해 농가가 펀딩을 받을 송아지를 같이 고르는 등의 역할을 하는 소유권 중개업체입니다.”

▶5차 펀딩은 언제 열리나요?

“이달 말에 4억원 규모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유저들이 송아지 펀딩이 진행되길 기다리는 상황인데, 내년에는 ‘소 올라오는 날’을 더 자주 만들려고 합니다. 내년에 최소 1만마리 이상 송아지에 대한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밖에 준비 중인 서비스가 있나요?

“유저들끼리 송아지 소유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NFT 기술을 활용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뱅카우 실적은 잘 나오고 있나요?

“저희는 한우 투자 플랫폼뿐 아니라 육류 커머스 사업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커머스 사업 매출이 14억원 정도 나왔지만 플랫폼 사업은 매출이 없었습니다. 올해의 경우 플랫폼 사업 매출이 연말까지 15억~20억원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커머스 사업 매출은 110억원 정도 예상합니다. 최근 뱅카우는 첫 투자도 받았습니다. KT인베스트먼트 등 5개 투자기관으로부터 22억5000만원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돼지나 닭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은 없나요?

“축종의 확장보다 한우 관련 신뢰성 있는 정보를 소비자들한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횡성한우가 왜 좋은지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사료를 먹고 자랐는지, 어떤 환경에서 누구 손에 사육됐는지 등을 잘 알지 못하죠. 단순히 한우에 투자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뱅카우 투자자가 한우 소비자로 이어지고, 결국 농가에도 이득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저희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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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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