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베닝크 ASML CEO. REUTERS.
피터 베닝크 ASML CEO. REUTERS.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이 올 3분기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였다.

ASML은 올 3분기 매출액 52억4100만유로(약 7조1600억원), 순이익 17억4000만유로(약 2조3700억원)를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30%,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4% 증가했다. 순이익은 전 분기보다 67.6%, 전년 동기 대비 63.8% 늘었다. 매출 총이익률은 51.7%를 달성했다.

ASML은 이같은 실적을 발표하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품 출하와 이 장비의 매출 중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ASML은 첨단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기업으로,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초미세공정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몇 개월을 기다려야 장비를 구매할 정도여서 반도체 업계에선 '슈퍼을(乙)'이라 불릴 정도다.

ASML이 생산하는 EUV 설비는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쓰인다. 기존 장비 193㎚(나노미터)의 14분의 1 수준인 극자외선을 쓰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대당 20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장비에도 앞다퉈 사가는 이유다.

반도체는 웨이퍼를 미세하게 깎을수록 품질이 올라가는데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대비 약 14배 파장이 짧아 미세 회로를 그리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투자는 EUV 노광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반도체 업계 중론이다.
이재용(오른쪽에서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오른쪽에서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분야 TSMC와의 경쟁에서 고객사를 끌어오려면 해당 장비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다. 하지만 ASML도 이 장비를 한 해에 수십대 밖에 못 만든다.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EUV 노광장비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한 적 있다. 미국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쪽으로 EUV 공급이 몰리면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ASML은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개발비는 6억7000만유로(약 9160억원)로 예상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화 추세와 반도체 부족 현상이 메모리에 대한 현재와 미래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올 4분기 매출은 49억~52억 유로, 이익율은 51%~ 52%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