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안 나왔지만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여부 여전히 모호
'최저기준도 아닌 적정기준 안지키면 형사처벌'이 혼란의 본질
기업 '실질적 지배·운영·관리'하는 장소·범위부터 미리 파악해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법률의 내용도 그렇고, 시행령(안)의 내용을 보더라도 도대체 법을 준수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준수를 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서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그리고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시정조치의 이행, 안전보건법령 의무 이행 관리(점검 및 교육)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제4조, 제5조, 제9조).

위와 같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회사의 특성 및 규모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 회사의 자율규제 방식을 통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제4조).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자율규제 방식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이행을 형사처벌을 통해 강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처럼 최저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향하는 법체계는 형사처벌과 연결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저기준이 아닌 적정기준을 지향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법체계가 형사처벌과 연결되는 경우, 형사처벌이라는 가혹한 강제수단에도 불구하고 이를 면할 수 있는 적정기준의 모호성과 다양성 때문에 법률의 수규자들에게 일대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혼란의 본질이다.

이러한 혼란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에 들어서자마자 발생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 대상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등으로 규정하였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대상을 결정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라는 개념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되어 있는 '지배·관리'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이 규정 역시 2020년부터 시행된 것으로 그 해석이 모호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확대하기 위해서 도급인의 사업장을 확대하면서,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까지도 도급인의 사업장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이 조항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해석을 보면 특정 장소를 소유하는 경우에는 그 장소를 지배·관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는 '도급인의 사업장 밖의 안전시설이나 주요설비의 경우에도 수급인이 임의로 설치·해체 및 변경할 수 없거나 도급인과 협의하여야 가능한 경우에는 도급인의 지배·관리의 범주에 해당한다'든지, '지방자치단체가 하수처리시설 운영을 민간업체에 위탁하였고, 해당 사업장에서 민간업체의 근로자가 작업을 하다 안전난간 미설치 등으로 인한 추락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그 사고가 도급인의 사업장 밖이라 할지라도 도급인이 제공·지정하고 지배·관리하는 추락위험장소이므로 하수처리시설 운영을 위탁 받은 민간업체는 제38조에 따른 사업주로서 책임을 지고, 지방자치단체 또는 환경공단은 제63조에 따른 도급인으로서 책임을 진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에 따라 최근 고용노동부는 자회사가 모회사의 부지를 시장가 상당의 차임을 지급하고 유상으로 임차하여 자회사 소유의 설비를 이용하여 생산을 한 후 모회사에 납품을 하고 있는 사건에서, 자회사의 사업장을 모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자회사의 사업장이 모회사 소유 부지에 위치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두 회사의 부지 사이에 바리케이트가 있어 임의로 부지에 출입할 수 없었고, 두 회사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두 회사가 사용하는 공간 사이에 견고한 벽체가 있어 출입이 불가능하였고, 자회사 직원이 모회사의 업무공간에 출입하려면 자회사의 승인이 필요했으며, 공과금도 각자 부담하였으며, 결정적으로 자회사가 부지와 건물의 사용에 대해 시장가에 상당하는 차임을 지급하면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던 사안이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모회사의 직원들이 일부 출입하였다는 점, 모회사의 부지에 자회사의 공장이 있다는 점, 모회사 공장건물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모회사가 자회사의 사업장을 지배·관리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렇게 해석을 한다면 부동산을 임대하더라도 소유권만 있으면 임차목적물을 지배·관리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해석이 소유권을 보호하는 우리 헌법 체계에 반하는 것임은 다언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의 개념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지배·관리'와 비교할 때, 더욱 넓은 것으로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지배·관리에 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운영'까지도 행위 유형으로 포함되어 있는데 지배·운영·관리는 'and'가 아니고 'or'의 관계로 해석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지배·관리보다는 중대재해처벌법 소정의 지배·운영·관리가 그 범위가 넓고,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라는 제한규정이 있는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러한 제한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쨌든 대비를 하여야 하고, 그 첫걸음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장소 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선행되어야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범위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중대재해의 감축이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이 실질적으로 구현되게 하기 위하여 정부는 시행령 확정 과정에서 최대한 구체성을 높이고,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해석론을 신속하게 발표함으로써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주어야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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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대재해법' 형사처벌 피하려면 이것부터…

◇김동욱 변호사는 2004년 사법시험(46회)에 합격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근무했습니다. 중노위에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총괄하고, 고용부 노사관계법제과에서 노동법 해석 업무를 담당하면서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 받아 2014년 법무법인 세종에 스카웃됐습니다. 주된 업무 분야는 인사·노무 및 노사관계 컨설팅 및 자문·소송입니다. 현재 고려대 로스쿨 겸임교수, 공인노무사 시험 출제위원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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