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식품 스타트업' 더플랜잇에 머스크도 눈독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데 콩으로 소고기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2017년 3월 설립된 푸드테크 스타트업 더플랜잇이 주인공이다. 3만 개 이상의 식품을 분자 단위로 쪼개 머신러닝(ML)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확보한 30만 개가 넘는 식품 성분을 조합해 새로운 식품을 만든다. 양재식 더플랜잇 대표(사진)는 “소고기 1㎏을 얻기 위해선 소에게 옥수수를 10㎏ 이상 먹여야 한다”며 “직접 콩을 가공해 소고기의 맛과 향을 낸다면 지구온난화부터 영양불균형까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축을 키우며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더플랜잇이 콩으로 소고기를 만드는 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보통 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찌꺼기(대두박)에는 단백질 성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소고기 맛을 내는 아미노산, 지방 등의 성분이 없다. 더플랜잇은 식품 성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이를 보완한다. 코코아버터에서 지방 성분을 가져오고 올리브유와 섞는다. 소고기 맛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표고버섯, 감자 성분도 조합한다. 그는 “하나의 동물성 식품은 분자 단위로 100개 이상의 성분을 갖고 있다”며 “더플랜잇은 각 성분의 함량을 찾아낸 뒤 식물성 식품을 조합해 이를 대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엑스프라이즈재단의 ‘미래 단백질 개발대회’ 준결승에 최근 진출한 게 계기가 됐다. 작년 12월 시작된 이 대회는 2023년까지 10억 명 이상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식품을 공급하는 방법을 찾는 팀에 1500만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더플랜잇은 전 세계에서 진출한 200여 곳의 경쟁사를 물리치고 상위 28개 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한국 팀 중에서는 유일하다. 더플랜잇은 이 대회를 위해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닭가슴살을 만들고 있다. 닭가슴살의 찢어지는 결까지 재현했다. 이렇게 찾아낸 대체식품 제조법으로 식품회사와 협업할 계획이다. 일부 국내 대기업은 더플랜잇의 기술에 주목해 투자를 시작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양 대표는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하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박사과정에 진학한 뒤 더플랜잇 사업 모델을 떠올렸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비만과 당뇨가 고민이고 저개발국에서는 기아와 영양실조가 문제”라며 “세계인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